1억5000만원 수표 놓고 홀연히 사라진 강남 '키다리 할머니'

80대 추정 할머니, 지난달 29일 강남구 복지정책과
찾아 1억5000여만원 상당 수표 놓고 사라져...
구, "독거노인·저소득 가정 위해 쓰겠다"

지난달 29일 80대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강남구청 복지정책과에 전달한 1억5,000여 만원 상당의 수표. 강남구 제공

한 할머니가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1억5,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할머니는 큰 금액을 놓고 가면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홀연히 사라졌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청. 8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복지정책과 사무실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는 담당 공무원에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흰 봉투를 건네고 조용히 사무실을 떠났다.

봉투를 열어본 김기섭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깜짝 놀랐다. 봉투엔 1억5,000여 만원 상당 수표가 들어있었다. 김 주무관이 할머니를 뒤쫓아가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손사래를 쳤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던 할머니는 구청 앞 시내버스에 오른 뒤 사라졌다. 김 주무관은 "거액의 수표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 할머니를 쫓아갔지만 이름을 말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기부한 금액은 총 1억5,225만367원. 강남구 개인 후원금으로는 최고 금액이다. 강남구는 할머니가 기부한 금액을 강남복지재단 등을 통해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