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운항 재개 땐 화물 수익 감소
순수 여객 항공사인 LCC 수혜 폭 클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된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화물 수송으로 수혜를 본 대형항공사(FSC)의 전망은 어두워진 반면 빈약한 화물 수송 여력에 고전했던 저비용항공사(LCC)엔 반사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3일 항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의 수혜는 LCC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수혜를 입은 화물 분야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FSC들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항공 화물의 약 40%를 차지하는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자, 항공 화물 운임이 상승한 덕을 톡톡히 봤다. 또 해상 물류 대란으로 많은 화주들이 돈을 더 내더라도 화물기를 이용한 항공 물류로 이동해 수요도 늘었다.
하지만 FSC는 위드 코로나의 본격화로 여객기 운항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화물기 수송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 화물 공급이 늘어나면 운임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FSC는 여객 매출 회복이 화물 매출 하락으로 상쇄되겠지만, LCC는 대부분 순수 여객 항공사이기 때문에 FSC 대비 위드 코로나 수혜 폭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최근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사이판 등의 노선이 속속 재개되고 있는데, 이들 노선에서 LCC의 경쟁력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업계에선 수익성 좋은 일본, 중국 노선까지 정상화되면 LCC의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반면, FSC엔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엔 최근 급증한 시가총액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가치는 보통 주가가 아니라 시가총액으로 측정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4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시가총액이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1월보다 무려 4배가량 증가한 10조5,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LCC들도 유상증자로 실탄을 마련했지만, 대한항공의 시가총액 증가액은 LCC에 비해 월등하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스피 시가총액 42위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훨씬 큰 KT나 LG디스플레이보다 상위권이다.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인 3만8,792원까지 오를 경우 삼성전기, 하나금융지주 등도 앞지르게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은 대한항공이 큰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인 건 분명하나, 최근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도세를 보이는 것은 고평가 논란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며 "기업결합 시 조건부 승인으로 일부 독점 노선의 운수권을 배분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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