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는 존재적 위협" 바이든 美 대통령
이틀 전엔 OPEC 등에 "석유 증산 필요" 주장
존슨 英 총리는 전용기 이용 참석 비판받아
각국 정상 참석으로 탄소 배출 오히려 늘어
"총회 동안 4200명이 1년간 배출할 양 나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이 연일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정책이나 행동은 발언과 모순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비판하면서 석유 증산을 요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롯, 전 세계 지도자들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전세기를 이용해 총회에 참석한 사실도 논란거리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탄소감축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석유 증산을 요구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COP26 특별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을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선 아주 잠깐의 기회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에게 증산을 요구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비판이 쏟아지자 “표면적으로는 아이러니해 보일 수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먼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단숨에 이뤄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하룻밤 사이에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꿀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나에 대한 비난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급등한 석유값 안정을 위해선 증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상황이라, ‘서민 경제 타격을 막기 위해서라도 석유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후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의 입장은 반대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1.5도 이내로 기온 상승 억제)를 달성하고 세계가 탄소감축을 이뤄내려면 ‘화석연료 의존’을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석유 증산을 요구하면서 파리협약을 지키겠다는 건 믿을 수 없다”며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다른 일을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 5월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세계가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장국인 영국의 존슨 총리도 ‘표리부동’ 논란에 휘말렸다.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오래전에 다 썼다”며 지금 당장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과 달리, 자국에서 열린 COP26 참석을 위해 전세기로 이동한 탓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비행기는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교통 수단이다. 동일한 거리 이동 시 기차의 6배에 달하는 탄소를 내뿜는다. 열차를 타고 글래스고로 향한 유럽 지역 환경운동가들과 존슨 총리가 극명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는 시간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총리의 전용기는 세계에서 탄소 효율이 가장 높은 기종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심지어 비행기를 이용하는 각국 정상들의 참석 자체가 탄소 감축에 위협 요소라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COP26 기간 중 4,200명의 영국인이 1년간 배출하는 탄소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추산한 뒤, “이 중 85%가 정상들이 타고 온 비행기로 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회담 기간 동안 최대 400대의 전용기가 글래스고로 향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소규모 전용기는 일반 항공기보다 탄소 배출량이 10배가량 많은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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