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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vs 호미곶… 해돋이 명소 넘어 명품 관광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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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vs 호미곶… 해돋이 명소 넘어 명품 관광지 경쟁

입력
2021.11.05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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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5m 소망우체국에 희망 담고
호미곶서 오징어 게임하며 추억 쌓고
한반도서 가장 먼저 해 뜨는 간절곶
프러포즈 등대 인기… 18일 특산물 축제
호미곶 등대박물관 인기… 둘레길 축제도
돌문어·붕장어·시금치 등 먹거리도 풍성

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앞 바다에 설치된 조형물 '상생의 손' 위로 불덩이 같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포항시 제공

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앞 바다에 설치된 조형물 '상생의 손' 위로 불덩이 같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포항시 제공

1일부터 적용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주요 관광지마다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일출 성지로 불리는 울산 간절곶과 경북 포항 호미곶도 예외가 아니다. 한 해가 저물 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다 보니, 벌써부터 붉은 해의 기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날마다 반복되는 해돋이지만, 올 1월 1일 해안가 명당 자리를 꿰차고도 차량 안에서 봐야 했던 이들은 내년 첫 아침에는 제대로 희망의 감동을 느껴 보겠다는 심산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출 명소 주변의 숙박과 식당 정보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경북 포항 호미곶을 찾은 여행객들이 지난 2일 조형물 '상생의 손'이 있는 해맞이광장에서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혜 기자

경북 포항 호미곶을 찾은 여행객들이 지난 2일 조형물 '상생의 손'이 있는 해맞이광장에서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혜 기자

일출 명소의 지자체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울산시와 포항시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해돋이 행사를 취소한 것도 모자라 관광객 접근까지 막았지만, 최근엔 해맞이 광장 주변으로 닫았던 시설물 빗장을 풀고 정비를 시작했다. 크고 작은 행사들을 열어 분위기도 띄우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제발 오지 말아달라’며 손사래를 쳤던 두 지자체는 “우리가 진짜 일출 명소”라며 다시 열띤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간절곶등대가 있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앞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울산시 제공

간절곶등대가 있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앞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울산시 제공


한반도 아침을 알리는 간절곶 해돋이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곳이다. 포항 호미곶보다 1분, 강릉 정동진보다 5분 일찍 해돋이가 시작된다. 울산의 옛 읍지에도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는 뜻이다. 간절곶이라는 이름은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마치 긴 간짓대(과일을 따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긴 장대)처럼 생겼다고 해서 유래된 지명으로 전해진다. 이를 한자로 표기해서 동북쪽 끝을 뜻하는 간절(艮絶)곶이 된 것이다. 조선 초기 ‘동국여지승람’에는 넓고 길다는 의미로 이길곶(爾吉串)이라 칭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명칭 유래를 100번 나열해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간절곶은 간절한 소망을 비는 곳, 말 그대로 그냥 간절한 곳으로 각인돼 있다. 꽃말처럼 바닷말이 있다면 간절곶의 바닷말은 간절함과 소망인 셈이다. 때마침 가장 먼저 뜨는 해가 그렇고, 소망우체통이 그렇고, 등대가 그렇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부인이 간절하게 남편을 기다리다 그대로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치술령도 지척이다. 이쯤이면 간절곶은 지명부터 “다 계획이 있구나” 싶을 정도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는 울산의 옛 읍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박은경 기자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는 울산의 옛 읍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박은경 기자

호미곶의 명물이 손바닥 동상 ‘상생의 손’이라면 간절곶의 명물은 2006년 설치된 ‘소망우체통’이다. 가로 2.4m, 세로 2.0m, 높이 5m, 무게만도 7톤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로 광주 ‘거인우체통’이 세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통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압도적인 크기가 아니라도 초록색의 이 추억 속 우체통 앞에만 서면 꼭 ‘인증샷’을 찍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단순한 포토존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 편지를 쓰면 남울산우체국에서 정기적으로 수거해 정해진 주소로 배달해 준다. 수취인불명의 소원엽서부터 절절한 사랑고백을 담은 연애편지까지, 사람들은 소망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바라는 대로 다 이뤄질 것 같은 묘한 희망이 생긴다고 한다.

간절곶에 있는 소망우체통. 최흥수 기자

간절곶에 있는 소망우체통. 최흥수 기자

소망우체통을 마주 보고 가장 높은 언덕배기로 눈을 돌리면 간절곶 등대가 있다. 1920년 3월 처음 불을 밝힌 후 100년 동안 매일 밤 15초에 한 번씩 48㎞ 떨어진 바다까지 불빛을 쏘아 선박의 안전 운항을 돕는다. 해양수산부가 매달 여행하기 좋은 등대를 선정해 소개하는 ‘이달의 등대’에 1호로 선정될 만큼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간절곶의 또 다른 백미다. 태평양을 향해 훤히 열린 뱃길은 요즘말로 ‘물멍 때리기’에 그만이다.

연인과 함께라면 맞은편 대송항 방파제 끝에 있는 빨간색 프러포즈 등대도 놓칠 수 없다. 높이 8.4m에 하트 모양으로 한껏 치장한 등대를 보고 있으면 얼었던 마음도 말랑말랑해진다. 사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켜지는 음악과 조명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거든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반지와 꽃다발 조형물도 마련돼 있다. 동그란 반지 속에 프러포즈 등대를 담아 사진을 찍으면 꽤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울산 간절곶을 찾은 관광객이 하트 모양으로 치장한 빨간 등대를 촬영하고 있다. 최흥수 기자

울산 간절곶을 찾은 관광객이 하트 모양으로 치장한 빨간 등대를 촬영하고 있다. 최흥수 기자

새해나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간절곶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잔디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바다 쪽으로 돌출된 곶의 지형적 특성 탓에 바람도 거세 연을 날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북쪽 산책로를 따라 사색에 잠겼다가 회센터에 들러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맛보는 코스도 즐길 만하다. 오는 18일에는 서생배, 간절곶해빵, 언양불고기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간절곶 특산물대축제도 열린다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간절곶을 포함해 울주군 관광지 5곳 이상을 여행한 뒤 무료로 증정하는 마그넷과 함께 인증사진을 찍어 응모하면 울주특산품을 제공하는 ‘바라는대로 마모(마그네틱 모으기)투어’도 25일까지 진행된다. 야외에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자전거와 트레일러, 감성피크닉용품도 무료로 빌려준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간절곶은 울주군의 자랑이자 국민 안식처"라며 "해돋이뿐만 아니라 넓은 광장에서 깨끗하고 맑은 바다를 보며 답답했던 마음을 풀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 간절곶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난 1일 조형물을 배경으로 잔디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은경 기자

울산 간절곶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난 1일 조형물을 배경으로 잔디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은경 기자


한반도의 힘, 호랑이 꼬리에서 맞는 해맞이

호미곶은 동해안 해안선이 남으로 뻗다가 동쪽 끝으로 툭 튀어나와 곶을 형성한 곳이다.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있는 듯한 한반도 모습의 꼬리 부분과 흡사하다고 해 호미곶으로 이름 붙여졌다.

조선의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는 ‘동해산수비록’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백두산은 호랑이 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된다”며 “호랑이가 꼬리의 힘으로 달리고, 꼬리로 무리를 지휘하듯 호미곶은 국운 상승과 국태민안을 상징하는 천하명당”이라고 전했다. 일제강점기 역사학자이자 시인 육당 최남선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조선에 관한 상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문답형식으로 쓴 ‘조선상식문답’을 통해 “호미곶에서 펼쳐지는 해뜨는 광경은 조선십경의 하나”라고 치켜세운 뒤 “호미곶 일출이야말로 나날이 나라의 뜻을 새롭게 하는 해돋이”라고 표현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에 위치한 호미곶 해맞이 광장. 우뚝 솟은 하얀 건물은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호미곶 등대이고, 광장 한가운데와 바다 위로 해를 떠받치는 형태의 조형물은 호미곶을 상징하는 '상생의 손'이다. 김정혜 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에 위치한 호미곶 해맞이 광장. 우뚝 솟은 하얀 건물은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호미곶 등대이고, 광장 한가운데와 바다 위로 해를 떠받치는 형태의 조형물은 호미곶을 상징하는 '상생의 손'이다. 김정혜 기자

호랑이 꼬리의 힘찬 기운 덕분일까. 호미곶은 찌는 듯한 한여름 무더위에도 육지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세차기로 유명하다. 이곳 앞바다에 서식하는 돌문어는 동해의 여느 문어들보다 빨판이 크고 육질이 단단하다. 호미곶을 휘감아 도는 강한 물살을 이겨내며 갯벌이 아닌 갯바위의 틈과 틈을 오가며 살아온 덕분이다. 호미곶 돌문어는 삶아놔도 흐물흐물하거나 질기지 않고 고소하며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돌문어와 함께 호미곶에 주로 사는 붕장어인 검은돌장어 역시 육질이 단단하다. 대개 장어는 갈색을 띠는 데 비해 이곳 붕장어는 검은색을 띤다. 물살이 세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호미곶 바다 아래 검은 바위 사이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세찬 풍랑을 헤치고 살아온 탓에 유독 입이 크고 이가 날카롭다.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게 특징이다. 이뿐만 아니다. 염분 많은 호미곶 해안가에서 강한 해풍을 맞고 자란 시금치는 경남 남해초나 경북 영덕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단맛에 감칠맛까지 지녔다.

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맞이 광장 앞에 설치된 전망덱(deck)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있다. 덱 가운데에 호미곶 앞바다에 서식하는 돌문어를 본떠 만든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포항시 제공

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맞이 광장 앞에 설치된 전망덱(deck)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있다. 덱 가운데에 호미곶 앞바다에 서식하는 돌문어를 본떠 만든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포항시 제공

호미곶은 해돋이 광경 못지않게 113년 역사를 자랑하는 호미곶 등대와 국내 유일의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미곶등대는 1908년 처음 불을 밝힌 흰색 등대로, 지금까지도 매일 밤 12초에 한 번씩 불빛을 반짝이며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높이가 26m에 달하며 대한제국 시기에 만들어진 등대 중 가장 높다. 출입문과 창문은 고대 그리스 신전 양식을 따서 만들었고 철근 대신 벽돌로만 지었다. 얼핏 보면 조형물로 착각할 정도로 멋스럽다. 호미곶 등대 바로 뒤에 위치한 등대박물관에 가면 등대의 역사와 등대원의 생활상 등 등대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 광장 바로 옆에 자리한 국립등대박물관 전경.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으로, 등대의 역사와 등대원의 생활상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정혜 기자

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 광장 바로 옆에 자리한 국립등대박물관 전경.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으로, 등대의 역사와 등대원의 생활상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정혜 기자

포항시는 호미곶을 포함해 한반도 동쪽 끝 바다를 바라보며 해안선 58㎞를 걷는 호미반도 둘레길 걷기 축제를 이달 13일과 14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호미곶 해맞이광장 내 상생의 손 조형물 인근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상징하는 도형을 바닥에 그려 홍보에 나섰다. 여기에 오징어 게임 의상을 입은 안내요원을 배치해 방역 지도와 함께 호미곶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가 지난달 28일 해돋이 명소인 호미곶을 알리기 위해 해맞이 광장에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상징 문양을 바닥에 그려 넣고 오징어 게임 의상을 입은 안내요원을 배치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가 지난달 28일 해돋이 명소인 호미곶을 알리기 위해 해맞이 광장에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상징 문양을 바닥에 그려 넣고 오징어 게임 의상을 입은 안내요원을 배치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포항시장은 “호미곶 일대는 뛰어난 해안 경관과 문화역사관광 자원도 풍부해 누구나 가슴이 절로 시원해지고, 코로나로 지친 심신도 치유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해 많은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한 채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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