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보전·노동시간 양극화 문제 등 쉽지 않아
내년 대선 일정 맞춰 노동계도 제안 내놓을 듯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군에서 '주 4일 근무제'가 거론되기 시작됐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재계의 반응이 예상가능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숙원인 노동계는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임금이 깎일 위험도 있고, 대기업 정규직만 혜택을 보는 양극화 문제 등을 감안하면 환영만 하기엔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동시간 단축도 못한 정부... 주 4일제는 포퓰리즘"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1호 공약으로 전 국민 주 4일제 도입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 4일 근무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군불을 땠다. 심 후보는 여건이 되는 대기업·공기업부터 우선 시행하고, 중소기업과 하청업체가 뒤 따르고, 특수고용노동자·자영업자가 그다음을 이어가는 단계적 시행론까지 꺼내들었다.
그런데 노동계에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04년 이후 고정된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주 4일제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선 선뜻 찬성 입장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은 공약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관계자는 “2018년에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데도 엄청난 반대가 있었고, 아직도 정착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실이 이런데, 벌써 주 4일제 운운하니 포퓰리즘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전체 근로자의 25% 정도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그나마 있는 노동시간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며 “지금은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더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30 조합원은 '찬성'... 4050은 '글쎄'
업종, 연령, 성별에 따라 노조 내 여론이 다양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 5일제 도입을 선도했던 금융노조는 이미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주 35시간제 도입 문제를 안건으로 내놓은 바 있다. 교대 근무가 많은 보건의료노조도 지난 9월 정부에 주 4일제 도입을 공식 요구했다. 유통업계나 호텔 등 하루 근무시간이 많은 업종 역시 주 4일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시급을 기준으로 임금이 계산되는 제조업 종사자는 임금 삭감에 대한 우려가 크다. 플랫폼 노동 형태가 많은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 등은 주 4일제를 도입하면 노동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을 걱정한다. 20~30대 젊은층은 주 4일제를 선호하지만, 40~50대들 사이에선 일을 더하고 돈을 더 받는 게 낫다는 여론이 높다. 여성들 중에는 육아·가사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 비중이 높은 한국노총은 우호적이되 임금 보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쪽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40%에 달하는 민주노총은 노동 양극화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내년 대선 일정을 감안해 조만간 공식적인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 4일제는 노동계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장기간의 로드맵을 가지고 업종별로 다양한 실험을 거쳐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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