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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심상정이 꺼낸 '주 4일제'... 정작 노동계가 침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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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심상정이 꺼낸 '주 4일제'... 정작 노동계가 침묵하는 이유

입력
2021.11.02 04:30
수정
2021.11.02 11: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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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보전·노동시간 양극화 문제 등 쉽지 않아
내년 대선 일정 맞춰 노동계도 제안 내놓을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군에서 '주 4일 근무제'가 거론되기 시작됐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재계의 반응이 예상가능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숙원인 노동계는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임금이 깎일 위험도 있고, 대기업 정규직만 혜택을 보는 양극화 문제 등을 감안하면 환영만 하기엔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동시간 단축도 못한 정부... 주 4일제는 포퓰리즘"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1호 공약으로 전 국민 주 4일제 도입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 4일 근무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군불을 땠다. 심 후보는 여건이 되는 대기업·공기업부터 우선 시행하고, 중소기업과 하청업체가 뒤 따르고, 특수고용노동자·자영업자가 그다음을 이어가는 단계적 시행론까지 꺼내들었다.

그런데 노동계에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04년 이후 고정된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주 4일제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선 선뜻 찬성 입장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은 공약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관계자는 “2018년에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데도 엄청난 반대가 있었고, 아직도 정착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실이 이런데, 벌써 주 4일제 운운하니 포퓰리즘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전체 근로자의 25% 정도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그나마 있는 노동시간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며 “지금은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더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30 조합원은 '찬성'... 4050은 '글쎄'

업종, 연령, 성별에 따라 노조 내 여론이 다양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 5일제 도입을 선도했던 금융노조는 이미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주 35시간제 도입 문제를 안건으로 내놓은 바 있다. 교대 근무가 많은 보건의료노조도 지난 9월 정부에 주 4일제 도입을 공식 요구했다. 유통업계나 호텔 등 하루 근무시간이 많은 업종 역시 주 4일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시급을 기준으로 임금이 계산되는 제조업 종사자는 임금 삭감에 대한 우려가 크다. 플랫폼 노동 형태가 많은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 등은 주 4일제를 도입하면 노동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을 걱정한다. 20~30대 젊은층은 주 4일제를 선호하지만, 40~50대들 사이에선 일을 더하고 돈을 더 받는 게 낫다는 여론이 높다. 여성들 중에는 육아·가사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 비중이 높은 한국노총은 우호적이되 임금 보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쪽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40%에 달하는 민주노총은 노동 양극화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내년 대선 일정을 감안해 조만간 공식적인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 4일제는 노동계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장기간의 로드맵을 가지고 업종별로 다양한 실험을 거쳐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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