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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속에는 염수호수도 있다

입력
2021.11.0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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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남극 '피의 폭포'의 진실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테일러 빙하라 불리게 된 남극 빙하의 '피의 폭포'. 위키피디아 커먼스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테일러 빙하라 불리게 된 남극 빙하의 '피의 폭포'. 위키피디아 커먼스

1910년 영국군 대위 로버트 팰컨 스콧(Robert Falcon Scott)이 이끈 탐사대 '테라 노바(Terra Nova)'가 남극을 향해 출항했다. 65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탐사대는 임무에 실패하고 대부분 추위와 굶주림으로 숨졌지만, 일부는 1912년 2월 보급품 수송선에 의해 구조됐다. 생존자 중 한 명이 지질학 팀을 이끌던 잉글랜드 출신 학자 토머스 그리피스 테일러(Thomas Griffith Taylor, 1880.12.1~1963.11.5)였고, 그의 증언으로 남극 '피의 폭포'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1911년 1월 지질 탐사팀을 꾸려 쾨틀리츠(Koettlitz) 빙하와 맥머도 드라이밸리(McMurdo Dry Valley) 인근을 조사하던 그는 거대한 빙하 균열을 통해 '핏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관측했다. 인근 바다는 쏟아진 물이 형성한 핏빛 거품으로 부글거리며 출렁였다.

괴담 같은 그의 진술은 오랫동안 검증되지 않고 전설처럼 구전되다가 남극 탐험이 본격화하면서 실체가 드러났고, 비로소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됐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빙하 속의 적조류 미생물이 고염도와 어는점 이하의 극저온, 산소 결핍의 극한 환경에 적응해 소금물 속 무기물 대사로 번식했다가 빙하의 균열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라 추정했다.

피의 폭포의 진실, 즉 철 성분을 다량 함유한 빙하 속 염수가 대기 중 산소를 만나 산화하면서 핏물처럼 붉게 변해 흘러내린 것이라는 사실은 2017년 빙하학저널에 실린 한 논문을 통해 비로소 밝혀졌다. 남극 얼음 대륙이 거대한 염수 호수를 품고 있다는 사실도 전파음향반사 측정법을 통해 확인했고, 고농도의 소금 성분과 물이 얼면서 배출하는 에너지가 얼음 속 얼지 않는 호수의 존재를 가능케 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인류는 남극 빙하의 골격, 즉 얼음과 물의 비율도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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