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데스타운' 음악 만든 미국 싱어송라이터 아나이스 미첼
"미국에서는 진보 정치와 포크 음악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포크 음악은 '저항의 음악'으로 불리기도 하죠. 정치적인 메시지나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다룬 '하데스타운'에 포크 음악이 쓰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지난 9월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음악을 만든 미국 싱어송라이터 아나이스 미첼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뮤지컬에 포크송이 대거 쓰인 배경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통상 뮤지컬 음악들은 피아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곡이 많은데, '하데스타운'의 경우 가사 중심의 기타 음악이 주를 이룬다. 미국 포크송 장르의 큰 특징이다. 2002년부터 가수로 활동한 미첼은 주로 인디·컨트리 포크 음악을 하고 있다.
'하데스타운'은 기본적으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그리스 신화를 다루고 있지만, 극 중간중간 사회 비판적인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가 망자들을 착취하며 광산을 운영하는 것을 두고 자본주의 속성을 꼬집은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 의식에 어울리는 장르가 바로 포크 음악이었다.
'하데스타운'은 미첼이 그리스신화를 주제로 만든 곡을 모태로 제작됐다. 2006년 미국 버몬트주의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되다가 2010년에는 정식 앨범으로도 나왔다. 그러다 연출가 레이첼 챠브킨을 만나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공연됐다.
'하데스타운'에는 포크송뿐만 아니라 재즈 음악도 쓰였다. 미첼은 "처음부터 특정 시대나 장소를 염두에 두고 음악을 작곡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대공황 시대와 뉴올리언스 도시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재즈 음악이 빈티지한 시대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하데스타운'에는 많은 단조 분위기의 곡들이 삽입됐다. 미첼은 "지하 세계의 어둡고 산업적인 공간을 나타내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뮤지컬은 악기 연주자들이 피트가 아닌, 무대 위의 한 축을 차지하며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미첼은 "이 뮤지컬은 음악의 세계에서 출발했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드라마보다는 음악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연주자들은 때로 즉흥 연주를 하면서 마치 콘서트와 같은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연된 '하데스타운'은 내년 2월 27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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