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악화, 코로나 장기화 등
걸림돌 아직 많아 성사 낙관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3년 만에 다시 빼든 ‘교황 방북’ 카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 앞에 앉힐 수 있을까. ‘평화의 상징’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 땅을 밟으면 그 자체로 강력한 대화의 신호가 될 수 있다. 교황의 의지도 확인됐고, 김정은 정권에도 ‘정상국가’ 이미지를 쌓는 데 더할 나위 없는 기회지만 북한이 초청장을 보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감염병 확산과 대화 재개를 둘러싼 한미와 북한의 기싸움은 교황 방북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31일 청와대와 정부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방북 제안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의 첫 방북 제안 때도 교황은 “갈 준비가 돼 있다”고 적극적 의지를 피력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 교황청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방북 성사가 전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교황청이 방북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초청장’을 강조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교황의 외국 방문은 외교 절차상 해당국이 초청해야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문 대통령을 통해 “교황이 오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전했지만, 초청장은 끝내 보내지 않았다. 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빈손 합의로 끝나면서 교황 방북 이슈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번에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무엇보다 한반도 정세가 3년 전보다 악화했다. 남북ㆍ북미 간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데다, 북한은 이중 기준 및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앞서 제시한 선결조건을 바꿀 생각이 없다. 카운터파트인 한미의 태도 변화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직접 대화를 경유하는 교황 방북을 수용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도 북한에 큰 부담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국경 문을 걸어 잠그며 비상방역 체계로 전환한 이후 여태껏 ‘철통 방어’를 유지하고 있다. 각국 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의 입국도 불허한 마당에 대규모 수행원을 동반하는 교황 방문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의 역할 역시 한계가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교황 방북은 당사자인 북한과 교황청 사이의 문제라 제안 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을 어느 정도 가치로 평가하느냐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북한이 정상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교황 방북을 ‘평화의 지도자’ 이미지를 쌓고,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통받는 현실을 강조해 향후 북미협상에서 주도권 확보의 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황이 북한에 가면 평화 메시지를 부각할 가능성이 크고, 북한도 미국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기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 가치가 작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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