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앱, 부엉이앱 등 첨단 돌봄장비 다양
영동·옥천·진천·충주·청주 등 잇따라 선봬
독거노인서 중·장년층까지 대상도 확대
1인 가구 40%대… "정부 차원 대책 절실"
충북 영동군 양강면에 혼자 사는 A(79)씨는 지난 6월 늦은 밤 갑자기 복통과 고열에 시달렸다. 전화기 버튼조차 누를 수 없었던 A씨는 "살려줘, 도와줘"를 외쳤다. 아무도 없는 집이었지만 구조요청은 헛되지 않았다. 119구조대가 곧 출동해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고, 그는 충수염 긴급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A씨를 구한 건 인공지능(AI) 스피커였다. A씨 목소리를 감지한 AI스피커가 119에 긴급 문자를 보낸 것이다.
영동군이 지역 독거 노인을 상대로 시행한 AI스피커 무상 제공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또 하나의 사례였다. 이 기기에는 비명 등 긴급구조 상황을 인식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어 A씨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AI스피커는 약 복용시간 안내와 날씨정보 제공, 치매 예방 두뇌 프로그램 등 1인 고령 가구에 맞춤한 기능도 갖췄다.
지자체, 1인 가구 돌봄 스마트 장비 보급 확산
지방자치단체들이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안전과 고독사 예방을 위해 스마트 장비 보급에 힘쓰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1인 가구 비중(40.1%)이 처음 40%대로 진입했고 이 중 70대 이상(18.6%)과 60대(17.7%)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현실과 맞닿아있다. 24시간 움직임을 살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과 센서 전등, 생활 도우미 역할을 하는 AI로봇까지, 지자체가 제공하는 돌봄 장비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진천군이 지난해부터 독거 노인 220명에게 보급한 '스마트센서등'이 대표적이다. 이 전등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LED감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보통 천장에 설치돼 8시간 동안 사람 움직임이 동작센서에 감지되지 않으면 노인복지관 담당자에게 알림 문자를 자동 전송한다. 등을 켜고 끄는 리모컨에는 비상벨 기능도 있어 안내방송 등을 통해 이웃에도 긴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스마트센서등 보급 후 1년 10개월 동안 20여 건의 위급 상황을 해결했다"면서 "반응이 좋아 보급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옥천군도 올해 8월부터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해 ‘옥천 마음품 안심서비스 앱’을 출시해 보급 중이다. 앱을 설치한 독거노인이 12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가족이나 생활치료사, 보건소 직원 등 미리 등록한 지인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파악된 노인 위치가 전송된다. 앞서 군은 '외로운 주민의 마음을 품어준다'는 의미로 '마음품'이란 조어를 만들어 상표등록(업무표장)을 하고 극단적 선택 고위험 지역의 안내판이나 정신건강 상담 등에 두루 사용 중이다.
충주시는 독거노인이나 경증 치매 노인을 위해 AI인형 '효돌이'를 보급 중이다. 노인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효돌이의 손을 3초 이상 잡으면 보호자나 담당 공무원 휴대폰에 구조 요청 알림이 뜬다. 어린아이 모습의 인형은 생활 도우미 역할도 한다. 설정된 시간에 맞춰 약 복용과 식사 시간, 기상 시간을 알려주고, 안부 인사까지 하면서 홀로 사는 노인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있다. 충주시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5월 효돌이를 노인 10명에게 지급했다"며 "내년에는 지원 대상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령층 대상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
지자체의 1인 가구 보호 대책은 중장년층으로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청주시가 대표적이다. 시는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장년층(만 50~64세) 1인 가구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부엉이 앱’을 내년 1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호자나 담당 공무원 휴대전화로 위험 문자를 발송하는 식이다. ‘밤새 위험을 살핀다’는 의미를 담아 부엉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개발에 앞서 시는 올해 지역 내 1인 장년가구 3만8,000가구 전체를 방문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고립 위험도가 높은 400명을 선정했다.
지자체 안팎에선 노인가구 원격돌봄 서비스는 이제 필수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인구 고령화가 워낙 빠르고 폭넓게 진행 중인 만큼 지자체 차원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호 충북도 보건복지국장은 "지자체가 고립·고독사 방지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펴고 있지만, 1인 가구 급증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1인 가구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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