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중도상환수수료, 연말까지 인하
'고승범 "수수료 절반 낮춘다" 발언에 미달
금융위 "수수료 인하, 금리 인상도 감안해야"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모기지 수수료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정부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밝힌 것과 달리, 금융당국이 내놓은 실제 수수료 인하 방안은 연말까지만 한시적으로 가능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정부 수수요율 인하 방침이 고 위원장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하지만 금융권은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민을 상대로 한 중도상환 수수료 부과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보금자리론, 중도에 갚으면 수수료 70% 인하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올해 말까지 보금자리론을 대출받은 지 3년 이내에 전액 또는 일부 갚을 때 부과되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70% 깎아줄 계획이다. 상환액 대비 최대 1.2% 부과되는 수수료를 차주가 먼저 내면 주금공이 나중에 돌려주는 식이다.
보금자리론은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서민에 저금리로 집값의 최대 70%까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빌려주는 제도다. 정책모기지 중 대출 규모가 가장 크기도 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금공 조치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행 1.2%인 정책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절반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주금공은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는 여유 자금이 생긴 차주가 부담 없이 빚을 갚도록 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 조치가 일시적이라 애초 정부가 밝힌 수수료 인하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 위원장의 국감 발언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고 위원장은 국감 당시 '정책금융은 어렵고 힘든 분들을 위한 대출인데 중도상환수수료가 왜 있는지 의문'이라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 질의에 "정책모기지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 발언 후 금융권은 정부가 정책모기지 상품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상시적으로 낮출 것으로 봤다. 고 위원장 발언에는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계속 적용해야 할 정책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정작 발표한 인하안에 '일시적'이라는 조건이 달자, 당초 정부 계획에 못 미치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금공 수수료, 시중은행보다 734억 원 많아
실제 정책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국감에서 수차례 제기됐다. 2019년 여야가 채택한 국감결과보고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적극 인하하는 계획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정책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율은 2015년 1.5%에서 1.2%로 내린 이후 변동이 없다.
주금공이 중도상환수수료를 시중은행보다 더 걷는 점도 도마에 오른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주금공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얻은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2,031억 원이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평균인 1,297억 원보다 734억 원 많다. 시중은행의 최대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주금공보다 높은 1.4%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정책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인하가 고 위원장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금공 조치가 국감 당시 고 위원장 발언에 못 미치는 게 아니다"라며 "중도상환수수료을 상시적으로 낮추는 건 보금자리론 금리 인상 등 부작용도 감안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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