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적 대응' 예고에 이란도 한발 물러나
이란, 원점서 재협상 시사·美 합의 보증 요구
핵합의 복원 난관… 바이든 외교정책도 차질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다. 올 6월 이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협상이 중단된 지 5개월 만이다. 하지만 세예드 이브라힘 라이시 정부가 대(對)서방 강경파라 핵합의 복원까지는 이전보다 더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란 협상팀을 이끄는 알리 바게리 카니 외무차관은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 등 EU 측 협상 관계자들을 만난 뒤 “11월 말 전에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정확한 날짜는 다음 주 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최근 미국이 핵 협상 재개에 미온적인 이란을 향해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압박해 오자, 이란도 일단 한발 물러나 협상에 나서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파기된 핵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올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을 해 왔다. 핵합의 당사국인 6개 나라 중 미국을 제외한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이 중재하는 ‘간접 방식’이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면서 2015년 핵합의 원상 복구 외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까지 보완한 새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섯 차례 만남에도 결실을 얻지 못했다.
어렵사리 양측이 다시 마주 앉게 됐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협상 중단 지점부터 대화를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 정부 시절 이미 합의된 사안들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핵합의 복원 협상이 아예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에 다시는 핵합의를 파기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또 미국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비핵 제재’까지 포괄한 완전한 제재 해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다.
WSJ은 “양측 간 입장차가 워낙 큰 탓에 협상 재개 후에도 이란은 유럽 중재자들을 통해 미국과 간접 협상을 하는 방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협상이 길어질 경우 외교 정책 중심을 중동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려는 미 행정부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미국에는 이란을 압박할 수단이 많지 않다.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거나 이란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은 이란이 중국에 더욱 밀착하는 계기가 될 우려가 있다. 최근 에너지 공급난을 겪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에서 원유를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수입하고 있다. 마이클 싱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을 때 맞이할 결과를 더욱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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