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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까지 보내 검사받던 신재생에너지 케이블…"국내서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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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까지 보내 검사받던 신재생에너지 케이블…"국내서도 가능"

입력
2021.10.31 17: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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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전력시험센터에 27일 시험장 준공

지난 27일 전북 고창전력시험센터에 문을 연 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 시험장. 고창=김형준 기자

지난 27일 전북 고창전력시험센터에 문을 연 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 시험장. 고창=김형준 기자

#. 지난 27일 전북 고창전력시험센터를 찾은 전선업계 관계자들은 큰 짐을 하나 덜었다는 안도감에 미소를 지었다. 대용량 신재생에너지를 멀리 송전할 수 있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케이블을 개발하고도 유럽까지 보내야만 가능했던 시험·승인 절차를 이제 국내에서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는 "세계적으로 HVDC 시장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국내에 훌륭한 시험장이 만들어져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신재생에너지 연결 사업에 필수적인 'HVDC 케이블 시험'이 마침내 국산화 시대를 맞았다. 이미 서남해 해상풍력, 제주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연결에 사용되고 있는 HVDC 케이블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이날 고창전력시험센터에 준공되면서다.

이곳에는 세계 최고 전압 수준인 ±800킬로볼트(kV)급 HVDC 케이블을 국제표준으로 실증시험(동작·성능·규격 등)하고, ±500kV급 이상 케이블 두 개를 동시에 시험 할 수 있는 시설이 구축됐다.

HVDC 케이블, 왜 중요한가

신재생에너지가 보편화되려면 멀리서 생산된 전기를 안정적으로 송·배전해야 한다. 장거리 송전은 대부분 직류(DC·direct current)로 이뤄진다. 교류(AC·Alternating current)로도 가능은 하지만 전류를 보낼 때 전압이 올라갈수록 송전거리가 줄어든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교류 케이블로 전력을 끌어오면 한계거리가 30㎞ 정도지만 직류 케이블은 얼마든지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풍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효율적으로 육지(부산·전남 해남군)에 보낼 수 있는 것도 HVDC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이 쓰는 북해 풍력발전 에너지도 대부분 HVDC로 송전된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27일 전북 고창전력시험센터 내 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 시험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27일 전북 고창전력시험센터 내 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 시험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시험장 건설은 또 다른 기술 독립"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말 못할 설움을 겪었다. HVDC 케이블을 개발할 때마다 네덜란드 소재 전력케이블 분야 국제인증시험기관(KEMA) 인증을 받기 위해 배에 케이블을 실어 유럽으로 보내고, 인증 후 다시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창전력시험센터의 시험장이 KEMA 인증 시험기관으로 등록돼 국내 전선기업은 시험과 인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연면적 4,772㎡ 규모(지상 2층·지하 1층) 시험장에는 △±1.8메가볼트(MV), ±1.4MV 규모 DC내전압 시험기 △±4MV 규모의 충격전압발생기 등 12종의 시설이 갖춰졌다. 전력연구원에 따르면 최대 케이블 정격 ±800kV는 이탈리아(±700kV)와 네덜란드(±500kV)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규모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우리 시험장을 주변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해 70조 원 규모였던 세계 HVDC 시장은 2030년 159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다.

국내 실험이 가능해져 그간 종종 불거진 HVDC 안전성 우려를 씻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초부터 운영 중인 북당진~고덕 구간을 비롯해 국내에 설치된 HVDC의 잦은 고장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HVDC 케이블 시험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승일 한전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HVDC 케이블 실증시험장이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창=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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