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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조현병 편견 꼬집으려던 'F20', 시도는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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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조현병 편견 꼬집으려던 'F20', 시도는 좋았지만

입력
2021.10.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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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0'이 네티즌들로부터 비판받았다. 'F20' 스틸컷

'F20'이 네티즌들로부터 비판받았다. 'F20' 스틸컷


조현병을 앓고 계신 분들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에 무엇보다 고민했고 주의를 기울였다.

영화 'F20'의 각본을 맡았던 채우 작가가 남긴 말이다. 의도는 따뜻했지만 관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작품이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기는커녕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키우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F20'은 아들의 조현병을 숨기고 싶은 엄마 애란(장영남)의 아파트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엄마 경화(김정영)가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1-TV시네마'의 두 번째 작품인 동시에 KBS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영화 프로젝트다.

제작진은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포털 사이트의 평점 페이지에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게 만든다"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영화를 만든 건지 궁금하다" 등의 글을 남겼다.

실제로 'F20'에서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주는 모습이 그려진다. 애란은 아들의 병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범죄까지 저지른다. 과외 선생이 된 아들이 사고를 칠까 두려워하면서도 "이렇게 하나씩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한다. 아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병에 대해 알리지 않는다. 영화 속 조현병 환자들과 가족들은 끝까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KBS가 'F20'의 방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F20' 포스터

KBS가 'F20'의 방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F20' 포스터

'F20'은 오는 29일 KBS2에서도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장애인단체들이 KBS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방송 중단을 요구했고, KBS는 "금주 방송 예정이던 'F20'의 방영을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OTT에는 아직 'F20'의 흔적이 남아 있다. 27일 오후를 기준으로 웨이브를 통해 'F20'을 시청할 수 있다. KBS의 방영 보류 결정이 이 작품의 공개에 영향을 미칠지 묻자 웨이브 측 관계자는 "아직 내부 협의 중이다"라고 답했다.

'F20'의 시도는 분명히 유의미했다. 실제로 정신병에 대한 인식 개선은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아픔과 맞닿아 있는 문제인 만큼, 고정관념을 벗겨내기 위해선 제작진과 관계자 모두에게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했다. 'F20'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덜어내려 했으나 결론적으로 더 큰 상처를 주게 됐다.

조현병 환자들의 마음속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노력을 약속한 KBS, 그리고 신중한 태도의 중요성을 느꼈을 'F20'의 관계자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시선이 모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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