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2300만 명 기근... 대재앙 카운트다운"
굶주림에 돌도 안 된 아기 500달러에 팔기도
BBC "탈레반 인정과는 별개로 지원 재개를"
올겨울 아프가니스탄이 혹독한 식량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유엔에서 나왔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해외 원조가 끊기면서 그간 국제사회 지원에 의존했던 식량이 동났기 때문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굶주리고 있는 상태라 “탈레반 정권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2,280만 명의 아프간 사람들이 심각한 식량난에 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체 인구(3,983만 명)의 55%가 배고픔에 시달릴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대비 해당 인구 수는 무려 35% 증가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대재앙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수준”이라며 “올겨울 아프간 주민들은 이주나 기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우려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프간 곳곳에선 심상치 않은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같은 날 영국 BBC방송은 서부 헤라트 외곽의 한 부부가 아직 돌도 되지 않은 딸을 500달러(약 58만 원)에 팔았다고 전했다. 아기 엄마는 “다른 자식들이 굶어 죽을 처지라,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한 살배기 딸)도 내 자식인데, 어떻게 슬프지 않겠나”라며 울먹였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지역의 한 소아과 의사는 “(원래) 겨울에는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지만, 올해는 더 심각하다”며 “(환자가 많아) 병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이른 건 탈레반 집권 이후, 가뜩이나 위태로운 상태였던 아프간 경제가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다. 아프간은 국내총생산의 40%가 해외 원조일 정도로 국제사회 의존도가 컸다. 그러나 올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대부분 국가가 지원금을 끊었고, 100억 달러(약 11조6,500억 원)에 가까운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산도 동결됐다. 그에 따른 직접 피해를 입은 건 아프간 시민들이다. 식량 부족은 물론, 공무원 월급도 지급되지 않았다. 대부분 병원이 원조를 바탕으로 운영됐기에 의료 공백도 심각한 상태다.
아프간 안팎에서는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국제사회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BBC는 “탈레반 정부를 인정할지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논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고 전했다. 조속한 지원의 필요성에 언론도 동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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