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7개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퍼' 잇따라 보도
"페북, '좋아요' 버튼이 어린 이용자에 악영향 인지"
지난해 美 대선에서 가짜뉴스 대응 실패했단 지적도
“페이스북의 17년 역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광범위한 위기가 될 수 있다.”
(25일 미국 CNN방송)
미국 정보기술(IT) 분야 ‘공룡 기업’ 페이스북에 전례 없는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내부 고발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공룡을 멸종시킨 ‘거대한 운석’이 되어 페이스북에 떨어진 형국이다. 미 언론들은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토대로 공동전선을 구축, 페이스북 비판 기사를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미 의회에 이어, 영국 의회도 내부 고발자를 소환해 페이스북 실상 파악에 나섰다.
최근 페이스북 실태를 낱낱이 폭로하고 있는 미 언론들의 ‘릴레이 보도’는 무서울 정도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17개 매체 컨소시엄은 프랜시스 하우겐 전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가 의회에 제출한, 이른바 ‘페이스북 페이퍼’로 불리는 내부 문건을 입수해 연일 보도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NYT는 페이스북이 ‘좋아요’와 ‘구독' 버튼의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2019년쯤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좋아요’ 수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 나이 어린 사용자들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얻고도 페이스북은 일부 수정 조치만 취했을 뿐, 유의미한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NYT는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사람들이 팔로어와 ‘좋아요’를 축적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에서 유통된 허위 정보, 선동에 대한 대응이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ABC방송은 “페이스북이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폭력성이 드러난 그룹을 차단했지만, 이미 잘못된 정보로 가득 찬 다른 그룹들이 잇따라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많은 페이스북 직원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폭동 사건을 보며 내부 게시판에 우려를 표했는데도 회사 고위 간부들은 이런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외 사례도 폭로됐다. CNN은 최근 1년간 격렬한 내전이 벌어진 에티오피아에서 페이스북이 폭력 사태를 부추기는 게시물 확산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올해 3월 잔혹 행위를 일삼은 민병대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무력 충돌을 조장하고 자금을 모으는 걸 발견했으나,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말 페이스북이 베트남 공산당으로부터 ‘반정부 인사들을 검열하라’는 요구에 직면했고, (베트남)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하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하우겐은 이날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분노와 증오는 페이스북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상습범들은 알고리즘을 갖고 노는 법과 페이스북을 최적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최다 조회 수를 최우선에 두면서 분열을 초래하는 ‘참여 기반 랭킹’을 활용하고 있다며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넣고 증오를 부채질한다”고도 비난했다. 앞서 하우겐은 미 상원 상무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소위원회 청문회에서도 페이스북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언론의 왜곡 보도”라며 방어에 나섰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선의의 비판은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현재 보도들은 유출된 문건을 선별적으로 쓰면서 페이스북에 ‘거짓 이미지’를 씌우려는 언론사들의 공동 노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은 우리가 ‘우리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수많은 복잡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토론과 연구를 장려하는 ‘열린 내부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페이스북 페이퍼’는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미 상원 소비자보호소위 위원장인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민주)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 경영진은 만성적 경고를 무시하고, 사람보다 이익을 중시했다”며 “빅테크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착취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을 듯하다”고 힐난했다. CNN은 “투자자와 국회의원, 광고주, 사용자가 점점 더 페이스북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리더십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 문화전문잡지 ‘배니티페어’는 “누군가는 저커버그에게 ‘당신 이름을 검색해 보지 말라’고 조언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극도로 악화한 여론을 가리키는 촌평인 셈이다.
한편 이날 페이스북은 올해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은 290억1,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은 3.22달러로 나타났다. 순이익 환산 시 91억9,000만 달러로, 월가 기대치보다 이익은 컸으나 성장세는 다소 둔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은 35%, 순이익도 17% 늘었지만, 매출 증가율은 작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특히 주요 매출원인 광고 판매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덧붙였다. 4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상(348억 달러)과 달리, 페이스북은 ‘315억~340억 달러’를 4분기 잠정 매출 전망치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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