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140년 만 최고 강우량
딕시·캘더 산불, 폭우에 불길 잡혀... "시즌 종료"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州)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강력한 호우와 폭풍으로 주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전력 공급도 중단돼 수십만 명이 불편을 겪었다. 맹렬히 타오르던 캘리포니아주 일원 산불도 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수개월 동안 불길을 잡을 수 없었으나, 이번 폭우 덕에 대부분 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2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지역 강우량이 마린 카운티 산악지대에 최고 280㎜,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도 100㎜에 각각 달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역대 강우량 4위에 해당한다. 주도(州都)인 새크라멘토에도 24시간 동안 132㎜의 비가 내려 1880년 이후 일일 최고 강우량 기록을 세웠다.
폭우와 함께 강풍도 이어졌다. AP통신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리치먼드와 산라파엘을 잇는 존 F 매카시 다리 위에 거대한 크레인 두 대가 바람을 못 견뎌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새너제이에서는 강의 지류와 저수지 수위가 급속히 올라가 주민 2명, 애완견 1마리가 강물에 잠긴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됐다. 캘리포니아주 북쪽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통신은 시애틀 근교에서 큰 나무가 쓰러져 차량을 덮치는 바람에 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정전 사태도 속출했다. 해당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회사 퍼시픽가스앤드에너지(PG&E)는 이번 폭우 및 강풍과 관련, 전날 오후부터 캘리포니아주와 인근 지역 37만 가구와 상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다만 긴급 보수 작업을 거쳐 이날 대부분 지역의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고 회사는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순기능도 있었다. 이번 폭우로 장기간 계속된 가뭄에 몸살을 앓던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이 해갈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 캘리포니아주 인근의 극심한 산불 역시 잦아드는 모습이다. 지역 산림당국은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산불이었던 ‘딕시’가 폭우에 의해 대부분 진화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산불인 ‘캘더’도 불길이 잡혔다. 크리스티 브리검 세쿼이어킹스캐니언 국립공원 과학 책임자는 “이 정도 강우량은 우리가 ‘시즌 종료 이벤트’로 부르는 것”이라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례적 폭우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저스틴 맨킨 다트머스대학 지리학 교수는 AP통신에 “가뭄에서 기록적 폭우로 옮겨가는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폭우에 대해 “열대 지방에서 형성된 저기압의 영향으로 습기를 머금은 대기층이 좁고 길게 형성되는 ‘대기천(大氣川)’ 현상이 발생 원인”이라며 “캘리포니아 지역에 형성된 대기천은 강도 5단계 중 최고 등급인 5단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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