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농구 NBA 보스턴 셀틱스 소속 선수
'티베트' '위구르' 이어 '시진핑' 직접 겨냥한 신발 공개
NBA, 과거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 발언에 "유감"
미국 프로농구리그 NBA 스타 에네스 칸터가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별 제작한 신발을 공개하며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번엔 '곰돌이 푸' 신발이다. 곰돌이 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닮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검열 대상이 된 캐릭터라, 각종 시위에서 중국 내 표현의 자유와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 항의하는 상징물로 쓰여 왔다.
칸터는 25일 자신의 SNS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곰돌이 푸' 그림과 '자유 중국'이라는 메시지가 적힌 개인 제작 신발을 공개했다. 그는 트위터에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 누군가는 가르침을 줘야 한다. 진실을 말한 것으로 사죄하지 않는다. 나를 살 수도, 위협할 수도, 침묵시킬 수도 없다. 덤벼라"라고 적어 올렸다.
함께 등장한 그림은 '톈안먼 사태'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유명한 '탱크 앞에 선 남자' 사진을 변주해 탱크에 곰돌이 푸 머리를 얹은 그림과, 자신을 닮은 캐릭터가 곰돌이 푸의 머리를 쥐고 있는 그림이다.
칸터는 앞서 21일 '티베트 독립'을 의미하는 신발을 공개한 데 이어, 23일 그와 같은 무슬림인 위구르족을 자유롭게 해 달라는 신발을 선보였다. 그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이는 인권 침해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와 시 주석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홍보 활동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칸터가 출전한 보스턴 셀틱스의 경기 중계가 모두 중단됐고, SNS에서도 그의 키워드가 검열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칸터가 "티베트 관련 문제로 관심을 끌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반응했다.
NBA, 과거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 때문에 중국과 마찰
SNS에서는 NBA와 보스턴 셀틱스가 에네스 칸터의 활동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NBA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많은 돈을 벌어들였지만 정치적 문제로 마찰을 빚은 것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9년 NBA는 대릴 모리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린 이후 중국 기업이 각종 스폰서 활동을 끊어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손실은 4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이와 관련해 "유감스럽다"는 표현을 썼다가 중국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버는 당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은 특정한 입장을 지지하는 것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으며 중국에서의 사업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동시에 "중국 측에는 모리의 해고 등은 있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란 이후 다른 NBA 관련자들도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유명 투자자인 마크 큐번은 2020년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고 "모든 인권침해에 반대한다"면서 "그들과 사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들은 우리의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NBA가 사업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칸터의 활동을 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는 "칸터는 당분간 중국에서 뛰지 않을 텐데, 셀틱스가 그를 뛰게 할지, NBA가 선수들의 편에 설지 모르겠다"고 질문을 던졌다.
일단 칸터는 실제 공개된 신발을 신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으며, 보스턴 셀틱스도 그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메 우도카 감독은 "칸터는 매우 열정적이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말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브래드 스티븐스 사장도 보스턴글로브를 통해 "우리는 선수가 말하고 표현하는 자유를 존중한다고 에네스에게 전했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