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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찌르는 듯한’ 가슴 통증… 심근경색이면 2시간 이내 막힌 혈관 뚫어야

입력
2021.10.25 19:30
수정
2021.10.26 11: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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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이수남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스텐트 시술받아도 30~50% 재발…콜레스테롤 관리 중요"

이수남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있기에 지체 없이 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이수남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있기에 지체 없이 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급성 심근경색은 병원 도착 전에 환자의 30% 정도가 사망하고,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아도 10% 정도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 때문에 급성 심근경색이 ‘돌연사 주범’으로 불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2010년 6만6,572명에서 2020년 12만1,428명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수남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심장혈관센터(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갑자기 심장동맥이 막힌 급성 심근경색이라면 2시간 이내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받는 것이 치료 성패의 관건”이라며 “시술해도 30~50% 재발하기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급성 심근경색이란.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던 혈관이 막혀 심장근육 세포가 괴사하면서 발생한다. 극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 급격한 혈압 저하, 쇼크, 치명적 부정맥, 심부전 등이 생기고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가슴 통증은 ‘찢어지는 듯하다’ ‘칼로 찌르는 듯하다’ ‘쥐어짜는 듯하다’ 등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극심한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고령이거나 여성 환자는 체한 것 같은 증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에는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 바늘로 손가락 끝을 따는 민간요법만 시행하다가 병이 악화돼 오기도 했다. 심지어 당뇨병 환자 등 일부 환자는 감각신경이 둔해져 심근경색이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단지 배가 아파서 응급실을 오더라도 반드시 심전도 검사를 시행해 급성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하며, 가슴 통증이 없어도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호흡곤란ㆍ실신 등이 생기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슴 통증이 생기는 또 다른 질환으로 협심증이 있다. 급성 심근경색과 협심증을 명확히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협심증은 혈관이 막히는 폐색이 생기지 않고 다만 좁아진 것이다. 심장세포는 살아 있지만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가슴 통증만 발생한다는 점에서 급성 심근경색과 다르다.”

-급성 심근경색 유발 요인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심장혈관이 막히는 것은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동맥경화 부위가 염증ㆍ스트레스 등으로 파열돼 혈액과 접촉하면서 혈액이 응고돼 생긴 혈전 때문이다. 즉 동맥경화에다 염증ㆍ스트레스가 동반되면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동맥경화 유발 인자로는 흡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령,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을 앓은 가족력 등이다.”

-급성 심근경색 치료에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2시간 이내다. 2시간 이내 막힌 혈관을 뚫어 혈류를 회복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이 생기면 병원 도착 전에 30%가 사망하고, 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도 10%가 목숨을 잃는다. 이 때문에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최대한 빨리 119를 불러 가까운 응급의료센터를 찾아야 한다.

간혹 여러 민간요법과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청심환 등 한방에서도 적응증이 되지 않는 약제를 복용하거나 손가락을 따는 등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음날 아침에 병원 가보자’ 등의 잘못된 생각으로 질환이 악화되거나 살릴 수 있는 환자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따라서 급성 심근경색은 최대한 빨리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갑자기 가슴 통증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에게 진단ㆍ치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 치료법은.

“표준 치료법은 스텐트 시술이다. 심장혈관이 막힌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유로키나제 같은 혈전 용해제를 이용한 약물 요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혈관이 70% 이상 막혔으면 스텐트 등을 이용한 1차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90% 이상을 스텐트 시술로 치료하고 있다.

스텐트 시술은 손목ㆍ손등ㆍ허벅지 등에 있는 혈관을 통해 스텐트를 넣어 막힌 부위에서 확장해 혈관을 뚫는 치료법이다. 대부분 손목 혈관(요골 동맥)을 이용하지만 혈압이 떨어져 맥박이 없는 등 이를 통한 시술이 어려우면 대퇴 동맥을 통해 시술한다.

막힌 핏줄을 다시 열기 위해 풍선 도자로 막힌 부분을 넓히고 혈관 크기에 맞는 지름(관상동맥 지름은 보통 2.5~4.5㎜)의 스텐트를 넣어 혈관 내벽을 지지함으로써 다시 막히는 것을 예방한다. 최근에는 스텐트 표면에서 약물이 방출돼 재협착을 막는 ‘약물 방출 스텐트’가 주로 쓰이고 있다.”

-스텐트 시술을 받아도 재발이 잦은데.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해 스텐트 시술을 제대로 받아도 30~50%에서 재협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첫 시술 후 6개월 이내 재발 가능성이 높고,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이 반복될수록 회복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심혈관 질환을 처음 경험한 환자의 사망률은 20∼30%이지만 재발하면 사망률이 68∼85%로 3배 정도 늘어난다. 따라서 재발을 막으려면 동맥경화와 혈전을 생성하는 위험 인자인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 지침에 따르면, 심근경색 등 급성 관상동맥 질환 환자에게 권고되는 적정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70㎎/dL 미만이다. 일반인의 정상 LDL 콜레스테롤 기준이 130㎎/dL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목표치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관심을 갖고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면 1차 약물 치료로 스타틴 제제를 사용한다. 충실히 약을 먹어도 수치가 조절되지 않으면 ‘에제티미브’를 추가한다. 이후 최대 용량의 스타틴ㆍ에제티미브 병용 요법으로도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PCSK9 억제제’를 추가로 병용한다.”

-급성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발병 위험 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나이ㆍ성별은 교정할 수 없는 요인이므로 흡연, 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교정 가능한 위험 인자를 관리해야 한다. 흡연은 혈전을 일으키는 주원인이기에 금연하고, 술은 하루에 1~2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는 것도 재발 예방에 도움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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