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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밀려나는 환자들

입력
2021.10.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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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 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고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참고인으로 출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국회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 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고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참고인으로 출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고교생 정유엽군은 코로나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고열과 폐렴 증상에도 자택 대기를 하고 구급차 이용조차 거부당했다가 숨졌다. 감염병 대응 의료체계가 미비해 발생한 ‘의료공백’의 대표적인 사례다.

□ 정군의 사망은 고열환자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었고 생활치료센터도 없었던 코로나 초기 일반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공백이 빚어낸 사태였다. 문제는 공공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의료취약계층이 코로나 시기에 겪는 의료공백이다. 지난해 말 인권단체들이 펴낸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보고서’에는 “위 통증으로 공공병원을 찾았으나 보호자가 없어 입원ㆍ치료를 거부당했다”(동자동 쪽방촌 주민),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봉합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코로나와 HIV감염 이유로 병원마다 거부당했다”(HIV감염인) 등 코로나를 핑계로 병원들이 저소득층, 장애인, HIV감염인 등 취약계층의 진료를 거부한 실태가 생생히 담겨 있다.

□ 올해 공공병원들이 코로나 대응 업무를 전담하면서 일반환자, 특히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이 크게 하락했다는 구체적인 통계가 국정감사에서 공계됐다(정춘숙ㆍ.허종식 의원). 코로나 이전인 2년 전에 비해 겨우 올해 35% 수준의 입원환자를 받은 공공병원도 있었다. 예상대로 의료급여 환자, 저소득층 환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 코로나 전담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과 부산의료원에선 코로나 시기(2020~21년) 의료급여수급자의 진료비 총액이 코로나 이전(2018~2019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일반인(건강보험 가입자)의 진료비 감소폭(서울의료원 -38%, 부산의료원 -17%)보다 훨씬 크다.

□ 정유엽군 사망 이후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며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을 했던 정군 유가족은 지난 20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송구하다”는 말을 들었다. 정군 사망 후 581일 만에 이뤄진 공식 사과다.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정군의 유가족에겐 사과했지만 내년 공공의료 예산(1조5,872억 원)은 지난해보다 34%나 깎았다. 생색도 나지 않는,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예산이라 외면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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