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울역 인근 3,560㎡ 정비계획 가결?
공공임대주택 지어 기존 주민들 거주 보장
쪽방 주민 이주대책 세운 첫 민간 재개발 사례
터전 잃을 위기에 불안 떨던 주민들도 "환영"
서울시가 서울역 인근 '남대문 쪽방촌' 일대를 재개발한다. 하지만 쫓겨나는 주민은 없다. 사업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해 쪽방 주민에게 우선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간 주도 쪽방촌 정비사업에서 주민 이주 대책을 세워 '내쫓김 없는 재개발'을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22일 서울시는 전날 열린 제13차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서 중구 양동구역 제11·12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 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고 밝혔다. 결정안은 민간 재개발 사업을 통해 해당 지구에 △지상 22층 규모의 업무시설 △공공임대주택 182세대 △사회복지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양동구역 11·12지구는 남대문로5가 580번지 일대 3,565.9㎡ 면적의 부지로, 지구 내 건축물 19개동 가운데 15개동이 쪽방 건물이라서 '남대문 쪽방촌'으로 불린다. 주민은 230여 명이다. 양동구역은 1960년대 이후 집창촌, 여인숙 등이 들어섰던 터로, 평균 56년 이상의 노후 건물이 밀집돼 주거 환경과 위생 상태가 열악하다.
'민간 쪽방촌 정비도 세입자 배려' 첫 사례
이번 사업은 민간 주도의 쪽방촌 정비사업으로는 드물게 주민 이주 대책이 마련됐다. 지난해 1월 시작된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사업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지만, 이 사업은 공공 주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전 쪽방촌 정비사업은 세입자 보호 대책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동반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남대문 쪽방촌 재개발은 민간에서도 이런 의식에 호응한 첫 사례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주민 보호 대책은 재개발 사업 착수 전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해 쪽방 주민에게 우선 공급하는 이른바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자가 임대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면 서울시가 운영을 맡는다. 사업자에겐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임대주택은 쪽방 주민 수요에 맞게 다양한 유형으로 조성되며, 임대료는 월 10만 원 이하로 저렴하게 책정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쪽방 주민들, 전문가와 함께 주민의 안정적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정비사업 방식을 논의해 이 같은 해법을 찾았다.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남대문 쪽방촌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정순자(76)씨는 "처음에 재개발 소식을 들었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며 "다른 시설을 지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조그맣게라도 살 곳을 지어준다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종태 남대문쪽방상담소 소장은 "주민들이 좋아하고 있고, 저도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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