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코로나19 2차 백신을 맞았다. 2주가 지나면 조금 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우리나라의 2차 백신 접종률이 67%, 곧 70%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당장 마스크를 벗진 못하겠지만 모임 인원 제한도, 영업 금지 시간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공연계 역시 현재 동반자 간 띄어앉기가 사라지고, 공연장 이외 대형 시설에서의 콘서트도 가능해질 것이다. 바야흐로 공연계도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게 된다. 소극적으로 공연을 올렸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이미 극장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공연 기획사들은 회복된 일상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는 코로나 이전의 시기와 같을까. 2년 남짓 우리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그 시간이 마치 없던 것처럼 과거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코로나는 앞으로 한국 공연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공연계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걱정했다. 장기간 비대면 사회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올까, 비대면 사회에 익숙해진 이들이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아 공연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코로나19 기간에도 공연계를 지킨 것은 마니아였다. 2018년도에 비해 2020년 공연 관객 수는 4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동일한 공연을 3회 이상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의 비중은 5만 명 정도로 거의 줄지 않았다. 공연 애호가 층의 애정으로 팬데믹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공연 시장이 유지될 수 있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공연 마니아 이외 일반 관객들이 예전만큼 공연장을 찾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코로나19 시대에서 위드 코로나로 향해 가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다행히 우려했던 상황보다 훨씬 긍정적인 시장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오랜 동안 지속되면서 피로감이 쌓였다. 장르의 차이는 있지만 대표적인 대중 장르인 뮤지컬의 경우 시장 회복세가 뚜렷해 코로나 이전 시장의 90% 정도를 회복하였다. 특히 대형 뮤지컬을 중심으로 20대층의 공연 관람이 굉장히 높아졌다. 지속된 비대면 생활에 지치다 보니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인 공연의 매력이 좀 더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도 비대면 생활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될수록 아날로그적인 정서와 배우와 관객의 호흡으로 이루어지는 공연이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 사회는 공연영상의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중계를 통한 라이브 공연영상이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국내의 공연영상은 홍보용이나 아카이브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는 공연영상의 관심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지난해 공연계 이슈는 대부분 공연영상에 관련된 사항이었다. 관련 지원사업이 늘어나고, 기존 플랫폼뿐만 아니라 공연영상을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우리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공연영상의 유료화가 몇 개월 만에 이루어졌으며, 영화관에서도 우리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영상이 영화와 경쟁하며 상영하는 등 코로나 기간 중 한국 공연계는 공연영상이라는 확장성 있는 심복을 얻게 되었다.
더 이상 공연영상화가 라이브 공연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걱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연영상이 공연 시장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왔음은 여러 사례로 증명되었다. 공연영상은 아직 공연장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고,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들과 만나게 해준다. 그것은 단지 국내 관객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해외 시장 진출에 방해가 되었던 콘텐츠에 대한 정보 부족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K-POP 등 타 장르의 한류와 결합시켜 해외 시장에 어필하기도 용이하다.
비대면 사회의 피로도로 인한 아날로그 정서의 갈증, 그리고 다양한 확장성이 가능한 공연영상. 포스트 팬데믹 시대 한국 공연계 앞에 놓은 두 개의 날개이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 공연계는 굉장히 다른 미래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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