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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50억…코로나에도 멈추지 않는나눔, 윤재호 구미상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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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50억…코로나에도 멈추지 않는나눔, 윤재호 구미상의 회장

입력
2021.10.20 17:10
수정
2021.10.20 18: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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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경북기계공고 체육관건립에 20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경북 개인 1위
"코로나 어렵지만 논 팔아서라도 할 것"

지난 4월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윤재호 주광정밀(주)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한다.

지난 4월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윤재호 주광정밀(주)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한다.


“기부할 기회를 주어 고맙고 영광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이 신음하는 가운데 구미지역 한 중소기업 대표가 되레 기부할 기회를 주어 고맙다고 해 눈길을 끌고 있다. 5년 전 기능인 중의 기능인인 대한민국 명장으로도 선정돼 ‘기부 명장’으로 잘 알려진 윤재호(54ㆍ주광정밀㈜ 대표)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얘기다.

윤 회장과 경북기계공고 등에 따르면 내달 준공을 앞둔 경북기계공고 체육관에 1985년 졸업생인 윤 회장이 20억원을 기부했다. 학교 측은 윤 대표의 뜻을 기려 ‘윤재호홀’로 명명했다.

윤 회장은 “평소 교류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거액’을 기부한다고 하면 학교 측이 혹시나 해서 무턱대고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가 자리를 잡은 뒤 꾸준히 학교관계자, 선후배들과 교류해온 덕분에 기부의사를 밝히니 흔쾌히 수락했다”며 기부할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회장은 대구ㆍ경북 최고의 기부왕으로 통한다.

모교인 경북기계공고에 대한 기부액만 얼추 30억에 이른다. 체육관 건립비 20억에다 별도로 장학금으로 8억 원을 기탁했다.

또 주력 사업장이 있는 구미지역 대학인 금오공대에 발전기금 3억, 구미시장학회 2억, 구미지역 기능인의 산실인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에 6,600만 원에다 자신이 설립한 장학재단 출연, 소년소녀가장 생활비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그가 본격적인 기부행보에 나선 것은 2014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년 1억원 기부를 약정하면서부터다. 이듬해 9월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들의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경북 37호에 이름을 올린 뒤 지금까지 모금회를 통한 기부금만 11억 원에 이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ㆍ경북지역 개인기부로는 최고액이다.

윤 회장은 기부 총액을 밝히길 꺼렸다. 주변에선 50억 원은 넘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받은 도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의 기부는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소소한 일에서 시작했다. 배고픈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보릿고개가 여전하던 1960년대 청송군 부동면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당시 청송은 경북지역 농촌 중에서도 살기가 팍팍한 지역이었다. 일찌감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학비부담이 적어 성적 우수생이 지원하던 경북기계공고에 진학했다.

홀로 자취하던 유학생활은 혹독했다. 툭하면 고장 나는 전기밥솥 탓에 아침밥을 굶기 일쑤였다. 그런 날은 하교할 때까지 하루 종일 굶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그는 대우전자 입사 후 수시로 후배들을 찾아 밥을 샀다고 한다.

1994년엔 자본금 2,000만 원으로 당시 미개척분야이던 흑연전극 금형가공기술회사인 주광정밀을 설립했다. 설립 후 그는 가장 먼저 직원들의 먹는 것부터 챙겼다. “내가 겪은 어려움을 생각하며 타인의 형편을 헤아리고, 가장 가까운 이들부터 배려하는 것이 기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회사는 급성장했다. 2013년 100만 달러, 2016년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엔 연매출 1,800억 원을 기록했다. 구미와 베트남 현지공장 합쳐 전체 직원도 65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개인적으로 2016년에 기능인 최고의 영예인 컴퓨터응용가공 분야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그는 기부 금액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도 매년 스승의 날이면 고교 은사 10여 명에게 화환을 보낸다. 후배들에게도 “어렵고 힘들어도 늘 나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들과 학교, 그리고 우리를 키운 사회와 국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회사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지만 기부만큼은 줄일 생각이 없다.

윤 회장은 “아내와 두 자녀에게 논을 팔아서라도 기부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동의했다”며 “기부가 이제 우리 집안의 가훈이 됐다”며 환히 웃었다.

추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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