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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는 여자' '배달은 남자'… 구인사이트 '성차별 채용' 안 잡나 못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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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카운터는 여자' '배달은 남자'… 구인사이트 '성차별 채용' 안 잡나 못 잡나

입력
2021.10.20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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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조건 '성 표기' 적발 매년 늘어
정부 모니터링제 실효성에 의문

지난해 9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남성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주행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해 9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남성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주행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OO바디사랑

카운터 직원 모집
자격요건: 20~33세 여성
"초보 환영"

지난해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다. 얼핏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이 공고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례다. 채용 조건에 특정 성(性)을 표기하는 건 성차별 모집광고로 금지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식의 채용현장 성차별을 막겠다며 정부는 매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만 찾는 옷가게, 남성만 지원하라는 시공사 등 지난 한 해 적발 사례만 600건이 훌쩍 넘었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모집·채용상 성차별 모니터링으로 적발된 사례들. 윤미향 의원실 제공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모집·채용상 성차별 모니터링으로 적발된 사례들. 윤미향 의원실 제공


매년 감시해도 줄지 않는 성차별 채용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2020년 직업정보제공사업체 모집광고 성차별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7개 사이트(알바몬·알바천국·사람인·벼룩시장·잡코리아·인크루트·커리어) 공고 1만2,000개 중 성차별 의심 광고는 716건이었다.

이 가운데 합리적 이유에 따른 성 표기 등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단된 건수를 제외하면 677건, 전체의 5.6%다. 2018년 4.3%, 2019년 5.1%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성차별 모집광고 적발 비율단위: %
윤미향 의원실

성차별 모집광고가 가장 많은 직종은 서비스(9.4%), 생산·제조와 무역·유통(각 8.4%) 순이었다. 서비스업종은 20, 30대 젊은 여성만 찾고, 배달 아르바이트직은 자격요건에 '남자'라고 표기한 사례가 많아서다.

단순한 기준·약한 처벌에 실효성 의문

윤미향 무소속 의원. 윤미향 의원실 제공

윤미향 무소속 의원. 윤미향 의원실 제공

정부는 매년 모니터링을 진행하지만 성차별적 구인이 줄지 않는다. 단순한 적발 기준과 짧은 조사 기간, 가벼운 제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적발됐을 때 제재는 대부분 경고조치에 그친다. 규정상 성차별 공고는 모집기간이 이미 지났으면 경고, 아직 뽑는 중이라면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구인구직 사이트는 특성상 채용이 빨리 진행된다. 반면 조사단이 모니터링을 위해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기간은 1년 중 3주다. 이미 채용을 마쳤거나 아예 못 보고 지나치는 공고가 태반인 셈이다. 실제 지난해 모니터링 기간은 9월 28일~10월 16일이었고, 494건(73%)이 경고로 끝났다.

한 자릿수인 적발 비중에도 의문이 남는다. 고용부는 외부 리서치 업체에 700만 원을 주고 모니터링 업무를 맡기고 있는데, 성차별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사실상 '특정 성 표기' 한 가지다. 고용부 관계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 1항(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에 근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법령 제2항은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신체조건이나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거나 요구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에둘러 키나 체중을 따진다거나 결혼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차별하는 경우는 못 잡는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고 감시망을 벗어난 성차별은 수치로 확인된다. 고용 절차 중 성차별이 있었다고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는 고용부 익명신고센터 접수 건수가 올 8월까지 423건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건수(364건)를 넘은 역대 최고치다. 채용현장의 성차별이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미향 의원은 "지금의 구인광고 성차별 모니터링은 특정 성별 채용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어 소극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보다 내실 있는 모니터링을 위한 사업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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