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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선구매 ‘먹는 코로나 치료제’... 복제약으로 공정분배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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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선구매 ‘먹는 코로나 치료제’... 복제약으로 공정분배 이룰까

입력
2021.10.18 20:0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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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복제약 생산·국가 소득 따라 가격 책정
복제약은 빈국에만… 개도국 공급 소외 우려도
공정분배 위해 라이선스 확대·지재권 면제 필요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P 연합뉴스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P 연합뉴스

한국도 선구매 협상 중인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상용화를 앞두고 글로벌 쟁탈전이 가열되면서 ‘공정 분배’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부국이 물량을 싹쓸이하는 ‘백신 불평등’이 재현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일단 머크는 ‘제네릭(복제약) 대량 생산’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자발적으로 라이선스를 내줬다. 하지만 가격 문제, 취약한 공급망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몰누피라비르는 임상 3상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사망 위험을 5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머크는 이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12월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승인을 받으면 세계 최초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탄생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알약 형태라 집에서도 복용 가능하고, 보관·유통이 쉬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백신 도입이 늦어 낭패를 봤던 국가들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발빠르게 구매에 뛰어들었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현재 머크와 구매 협상 중인 10개국 중 8곳이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다. ‘빈국은 또 구매 대기 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치료제는 백신 접종률 70% 이상인 부국보다 5% 미만인 아프리카 빈국에 훨씬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머크는 비판을 예상한 듯, 공급 균형에도 신경을 썼다. 인도 제약사 8곳과 복제약 생산 계약을 맺어, 빈국 및 개발도상국 109곳에 보급할 계획이다. 백신 생산 라이선스 확대를 거부한 화이자·모더나와 비교하면 ‘이타적’이라고 볼 법하다. 가격도 국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기로 했다. 일례로 미국은 170만 세트를 12억 달러에 선구매했는데, 단순 계산 시 세트당 가격은 705달러(약 83만 원)다. 반면 빈국은 20달러(2만4,000원) 미만에 구매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라이선스 제약사 중 4곳이 조만간 복제약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세트당 10달러(1만2,000원) 미만으로 생산 가능할 것”이라는 한 제약사 임원의 말을 전했다. 국제개발연구원(IHEID) 글로벌 보건센터의 쉐리 문 공동책임자는 “머크의 정책은 긍정적 선례이자 현명한 사업 전략”이라고 평했다.

경구용 치료제는 백신과 함께 코로나19를 종식시킬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추가접종(부스터샷)이 시작된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치료병원 종사자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경구용 치료제는 백신과 함께 코로나19를 종식시킬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추가접종(부스터샷)이 시작된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치료병원 종사자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서재훈 기자

그러나 맹점도 없지 않다. 모든 나라가 저렴한 복제약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위중해도 국가 소득이 중위 이상이면 복제약 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전 세계 감염자 절반 이상이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 머크의 라이선스 공급망에 포함되지 않은 32개국에서 발생했다. 이 나라들은 미국만큼 비싸게 사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보건 전문가들은 라이선스 확대 필요성을 주장한다. 향후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라이선스가 제한되면 공급이 달려 가격이 상승하고, 결국 백신처럼 부자 나라들이 싹쓸이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올해 몰누피라비르 생산량은 1,000만 명분인데 이미 20%가량은 미국이 사들였다. 머크와 라이선스 협상 중인 유엔 국제의약품구매기구 산하 의약품특허풀의 찰스 고어 국장은 “머크가 더 많은 지역에서 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확대에 동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국경없는의사회와 비영리단체들은 지적재산권 면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국 소외질환신약개발재단의 레이철 코언은 “보건의료 기술은 공공재로 취급돼야 한다”며 “어떻게 혜택을 공평하게 나눌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제약 생산지가 인도로 국한됐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인도는 전 세계 복제약 20%와 백신 60%를 생산하는 ‘세계의 약국’이지만, 올해 3월 감염자가 급증하자 자국 우선 공급을 위해 백신 수출을 중단해 전 세계에 백신 대란을 안겼다. 위험 분산 차원에서라도 생산 기지를 여러 나라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선결 조건은 코로나19 검사 확대다. 이 모든 난제가 해결되더라도 감염자를 신속히 찾아내지 못하면 치료제는 무용지물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증상 발현 즉시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리카에서 검사로 파악된 확진 사례를 실제 감염자의 15% 미만으로 추정한다. WHO의 치료제 확대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미국 노스이스턴대 브룩 베이커 법학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조기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감염 확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의료체계 과부하는 줄어들고 경제 회복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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