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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초청장이 날아들지 않는 이유

입력
2021.10.1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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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첫 대면 정상회의가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리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첫 대면 정상회의가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리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을 묶어낸 '쿼드(QUAD) 구상'의 발원지는 일본이다. 2006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4개국 간 전략대화 필요성을 제기했고, 훗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고립을 목적으로 선택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탄생한 게 쿼드다. 미국이 리드하고 있지만, 지분으로 따지면 일본도 못지않은 셈이다. 지난 3월 사상 첫 쿼드 정상회의(화상)가 열렸을 때 일본 언론이 "미일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쿼드가 정상급 회의로 격상되자, 한국 내에선 "미국이 곧 한국에도 쿼드 초청장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기정사실인 양 쿼드에 들어가야 하냐 말아야 하냐는 논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쿼드 정상회의가 2차례 열리는 동안 미국은 한국을 부르지 않고 있다. 쿼드 초청에 선뜻 응하기 어려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알고 있는 바 구태여 한미 간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없는 탓도 있지만, 일본 등 다른 회원국들이 한국을 반기지 않는 까닭에서다.

"한국은 외교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미국을 향한 일본의 '한국 배제 로비'는 외교가에서 공공연하다. 일본으로선 과거사 갈등으로 늘상 불편한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반길 리 없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한국 참여를 대놓고 반대한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었다.

일본은 또한 "미국과 중국은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한국이 쿼드 안에 자리 잡을 경우 공연히 '반중(反中)' 분위기만 흐려질 거란 점도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한국이 쿼드의 반중 무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인도와 힘을 합친다면, 쿼드 내 별도의 온건파가 탄생하는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 못지않게 중국에 강경한 호주 역시 이런 흐름에서 회원국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다.

이수혁 주미 대사의 최근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대사는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쿼드 참여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쿼드 회원국들이 당분간 회원을 확대할 의사가 없는 점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의 참여 문제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격인 것 같다"고도 했다. 부르지도 않는데 우리가 먼저 동참 여부를 따질 이유가 있냐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저쪽에서 안 부르니, 참여 여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뜻은 아닐 테다. 쿼드 정상들은 지난달 두 번째 정상회의에서 5G 이후 기술 표준화는 물론 4개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합의했다. 인도를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만들기 위한 쿼드 차원의 협력도 구체화됐다. 반도체·통신망·방역 뭐 하나 한국이 외면할 수도, 외면당해도 안 될 것들이다. "떡 줄 사람" 의중을 따질 게 아니라, '떡 나눠 먹을 때 밀려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이 한국의 쿼드 동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 한국을 쿼드에서 영영 놔줄 심산이었다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한미의 두 정상이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못 박아둘 이유는 없었다. 쿼드 초청장은 송달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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