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신형 스마트폰을 앞세워 흥행몰이를 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선 위기감이 적지 않다. 지금도 반도체를 비롯한 필수 부품 공급난으로 스마트폰 생산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데, 이 같은 공급난이 장기화할 조짐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위드 코로나'로 경제 활동이 본격 재개되면 스마트폰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거란 기대감은커녕, 제조사들은 당장 감산을 고민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신작 흥행에도 부품난에 생산량 줄여야 할 상황"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이 선보인 '3세대 폴더블폰'과 '아이폰13'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가 이를 바로 손에 쥐기는 쉽지 않다.
실제 삼성전자 폴더블폰을 사려고 직접 매장을 찾아도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 홍대본점 관계자는 "통신사 약정 없이 단말기만 사는 자급제 재고만 일부 있다"며 "256GB 제품은 없어 바로 가져갈 거면 10만 원 더 비싼 512GB 제품을 사라고 권한다"고 전했다.
애플의 '아이폰13프로'는 이미 재고까지 동이 났다. 애플 관계자는 "온라인 애플 홈페이지에서 결제를 끝내면 예상 배송일은 한 달 뒤"라며 "재고가 뜰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결제한 뒤 기다리는 게 현재로선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통상 신제품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주문 차질이 빚어지긴 하지만, 요즘 같은 수급 불균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흥행에 성공하면 제조사로선 생산량을 늘려 수요에 대응하는 게 상식인데, 지금은 부품난으로 오히려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3 시리즈 생산량을 1,000만 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던 신제품 갤럭시S21 FE 출시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신제품에 끼우려던 반도체 칩을 폴더블3로 돌렸을 거란 추측까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종전 14억5,000만 대에서 14억1,000만 대로 3% 낮췄다. 스마트폰 업체의 90%가 부품난 탓에 하반기 제품 출시에 차질을 빚을 거란 분석에서다.
부품난 1년 더? 제조사 "노하우 생겼다"
스마트폰 생산 차질 배경은 복합적이다. 부품 부족에 더해 코로나19로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반도체 칩 수급난이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엔 반도체의 보조 역할을 하는 필수 수동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MLCC 1위 업체의 일본 공장이 단기 셧다운한 데 이어, MLCC 주요 생산기지인 중국이 전력난을 겪으면서 생산 차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칩 부족난이 1년 더 이어질 거란 암울한 전망(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도 나온다. 이에 국내 제조사들도 공급망 확보에 혈안이다. 다만 업계 고위관계자는 "애플이 탄탄한 공급망으로 그나마 대응을 잘하고 있는데 국내 제조사도 칩 부족난을 1년 가까이 겪으며 노하우가 생겼다"며 "시장의 우려처럼 부품난이 장기화하진 않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주요 생산기지인 베트남이 최근 코로나 봉쇄를 푼 것도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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