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철새 떼에서 대장새는 누가 될까?
철새들은 대장 한 마리를 앞세우고 뒤에서 수십 마리가 V자 대형을 이루며 함께 날아간다. 대장새가 방향을 찾고, 다른 새들은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목적지에 쉽게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장새가 날갯짓할 때 생기는 상승기류를 타면 뒤에서 따라가는 새는 날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장은 어떤 새가 맡을까. 일반적으로 가장 경험이 많은 새가 대장새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붉은볼따오기’(Northern bald ibis)에 대한 연구에서 기존 통설과 다른 사실이 확인됐다.
대장새의 자리, 즉 힘이 가장 많이 드는 맨 앞자리는 한 마리가 계속 도맡는 게 아니라 선두그룹의 몇 마리가 서로 교대를 하는 방식으로 전체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가장 힘이 센 몇몇 새들이 함께 협력해 길잡이 소임을 맡고, 방향을 제시하고 다른 새들이 좀 더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반 회사의 경영자는 물론이고 특정 조직 혹은 국가의 지도자를 생각하면 그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서 지시나 지휘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처럼 혁신이 필수인 시대에서 조직이나 기업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시대에 경영자나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뭘까. 지시나 지휘가 아니라 붉은볼따오기처럼 변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길을 모르는 이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난 40여 년간 전 세계 정보기술(IT) 혁신을 주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붉은볼따오기의 생태에 동의한다. 그는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역할은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을 도와주는 것이 혁신을 위한 리더의 필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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