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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가장 잔인한 병’ 루게릭 환자에게 맞춤형 복지 제공해야

입력
2021.10.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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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준 한국루게릭병협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루게릭병은 진단을 받은 뒤 2~3년 이내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으면 거의 목숨을 잃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달아도 말도 못하고, 음식도 못 먹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

이런데도 정신은 또렷하고 감각도 온전해 더 고통스럽다. 24시간 내내 누워 천장을 쳐다보고 있지만 숨이 막혀도 도움도 청하지 못해 고스란히 고통을 느끼면서 가족이 빨리 발견해주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불린다.

게다가 루게릭병은 50~60대에 주로 발병하다 보니 배우자나 대학을 다니거나 사회 초년생 자녀가 가족 환자를 24시간 돌보기 위해 직장과 학업을 포기하고 환자 간호에 매달리면서 가족 전체가 불행해지는 안타까운 일이 적지 않다. 이처럼 루게릭병은 온 가족에게 괴로움을 주는 병이다.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루게릭병 환자들이 정책 당국자와 만나 루게릭병 환자와 가족에 대한 부당한 제도와 정책의 개선을 요구해 시정 약속을 받아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루게릭병 환자는 ‘장애인활동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65세가 넘으면 무조건 ‘노인장기요양보호’에 편입되면서 서비스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서비스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법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보호’라는 두 가지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법이 제정되다 보니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에 편입되는 65세 중증 장애인을 두 가지 제도에서 서비스를 얼마간 보전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65세가 넘어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중증 장애인은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에 곧바로 편입되므로 장애인활동지원을 아예 신청할 수도 없다.

두 가지 제도를 원점에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희소질환 최중증 장애인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루게릭병 환자는 가족이 돌보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인 제도의 틀에 가두어 놓는 것은 환자와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루게릭병 환자는 진단과 동시에 점점 움직이지 못해 다른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투병을 위한 소모품 비용도 만만치 않다. 환자를 24시간 내내 곁에서 돌봐야 하기에 배우자도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환자 가족이 가정에 도움이 되려고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되지만 소용없을 때가 더 많다. 장애인활동지원법에서는 직계 가족이 환자에게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환자를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맡기고 가족들은 가정을 돌보려고 해도 지원사들이 루게릭병 환자 돌보기를 꺼려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루게릭병 환자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해 24시간 내내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에 지원사들이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직접 장애인 가족의 활동을 돌볼 수 있도록 장애인활동지원법을 하루빨리 개정하는 것이 옳다.

성정준 한국루게릭병협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성정준 한국루게릭병협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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