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양육비 안 준 연봉 10억 변호사 신상 공개하겠다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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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양육비 안 준 연봉 10억 변호사 신상 공개하겠다 하니..."

입력
2021.10.15 15:00
수정
2021.10.1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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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씨?
"법원 판결해도 80%가 미지급… 돈 없지 않아"
"신상공개 사전 통보로 미지급 700건 해결"
"정부 공개로 법 바뀌었지만 제보량은 같은 게 현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 박소영 기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20일에 문을 닫는다. 법 개정으로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를 정부가 하게 되자 배드파더스가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서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건 아이에게 줄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배드파더스가 겪은 미지급 부모 중에는 연봉이 10억 원에 이르는 유명 로펌의 변호사도 있었다. 그러나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이 변호사는 곧바로 아이에게 양육비를 보냈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14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그는 "한 달 수입이 약 8,000만 원인 유명 로펌의 변호사가 있었다"며 "그 사람이 주기로 한 양육비는 500만 원, 1년에 6,000만 원으로 4년간 2억4,000만 원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이 사람이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하니깐 해결하겠다고 했다. 바로 2억4,000만 원을 보냈다"며 "그런데 이 사람 입장에서 보면 월급 3개월 치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부모들이 양육비를 줄 형편이 안 돼 못 준다고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법적으로 지급 명령을 받아도) 양육비 미지급 사례는 75~80%"라며 "대한민국 사람 중 (미지급한) 80%가 그렇게 다 가난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피노 지원으로 일 시작… 한국 양육비 법 엉망"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 사이트. 배드파더스 캡처

배드파더스가 신상을 공개하는 건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유인책이다. 다만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전부 공개하는 건 아니다. 제보가 들어오면 해당 부모에게 먼저 통보한다. 빨리 지급하게 하거나 허위 제보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다.

사전 통보로 해결된 게 약 700건 정도에 이르고, 신상 공개로 양육비가 지급된 경우는 220건이다. 구 대표는 "신상 공개 전후로 해결된 건수를 합하면 대략 920건 정도"라며 "1,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배드파더스 덕분에 양육비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만든 건 한국인 아버지를 둔 필리핀 아이들, '코피노'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 은퇴하고 필리핀으로 이민을 갔다. 필리핀에 가서 코피노들을 돕는 일을 했다"며 "코피노 아이들의 양육비 소송을 지원했는데, 한국에서 판사가 양육비를 주라고 판결해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자꾸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게 왜 그런지 알아보니 한국의 양육비 관련 법이 엉망으로 돼 있어 판사가 판결해도 양육비를 안 주고 버티는 것"이라며 "버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양육비 관련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3년 동안 배드파더스 덕분에 많은 아이가 양육비를 받게 됐지만 사이트는 20일에 사라진다. 그는 사이트 폐쇄를 결심하게 된 데 대해 "배드파더스를 처음 시작할 때 취지는 이 일은 개인이나 사회단체가 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처음 목표가 국가가 이걸 하게 되면 사이트는 당연히 없어지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고, 7월부터 법이 시행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달 말이나 11월 초쯤 미지급자들 신상 공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구 대표는 법이 만들어졌지만 배드파더스로 들어오는 제보량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법이 실행되기 전과 실행 후 제보가 들어오는 건 똑같다. 그대로다"라며 "현실 개선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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