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2013년부터 대장동 주민들에 이재명 언급하며...'성남의뜰 구조'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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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동규, 2013년부터 대장동 주민들에 이재명 언급하며...'성남의뜰 구조' 강조

입력
2021.10.14 04:00
수정
2021.10.1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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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원주민 회의록 입수>
성남도시공사 설립 전부터 주민 만나
"시장님은 여러분 도와드리려 한다"
유동규, 원주민 공동개발 약속 불구
성남의뜰과 유사한 방식 언급 '모순'
결국엔 초기 대장동팀 위주로 참여
주민들 "유동규-초기 대장동팀 유착"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지구 모습. 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가 2013년부터 경기 성남시 대장동 원주민들에게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입에 올리며, 초기 대장동팀의 토지 권리관계를 인정해 민관합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엔 성남도시공사가 설립되지도 않았고, 유씨도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공식적인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 하지만 유씨가 2년 뒤 구체화되는 민관합동 사업 구조를 언급한 것을 두고, 그가 '초기 대장동팀'과 소통하며 이미 사업 구상을 마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주민들은 당시 "유씨가 '주민 참여 공동개발'을 약속했지만 초기 대장동팀과 유착해 원주민을 배제하고 사업을 진행했다"며 검찰에 진정하기도 했다.

유동규 공식 권한도 없이 "시장님은 원주민 도와드리려 한다"

1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A4용지 55쪽 분량의 대장동도시개발추진위원회(추진위) 회의록을 보면, 유동규씨는 대장동 원주민들과 2013년 2월 28일과 7월 24일 추진위 사무실에서 만나 대장동 사업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발언이 공개되기는 처음으로, 당시 대화 내용은 모두 녹취돼 속기록으로 남아 있다.

유씨는 추진위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이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지사 없이는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유씨는 원주민들에게 "시장님도 여러분(원주민)을 도와드리려 하지, 어떻게 (나쁘게) 하려는 생각은 없으시다. 만약 그랬다면 제가 여기 와서 설명도 못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 지사의 의중을 전달하려는 듯 "시장님이 보셨을 때는 관이 직접 개발하지 않고 민간이 했을 경우 손해 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시장님은 원주민들이 이득을 덜 보더라도 토지를 수용하는 게 안전하지 않냐는 (생각이신 듯하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씨와 대장동 원주민들이 모인 '대장동 도시개발추진위원회'의 2013년 2월 28일과 7월 24일 회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 이한호 기자

유씨가 원주민들과 대화한 2013년 2월 28일 성남도시공사 설치 조례안이 통과됐지만, 7월 24일에는 공사 법인이 아직 설립되지 않아 대장동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유씨는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신분이었기 때문에 대장동 사업 추진과 관련한 공식적 권한도 없었다.

당시 추진위 고위 관계자는 "2012년쯤 원주민들이 이재명 시장을 직접 만났을 때 '대장동 문제는 유동규씨와 상의하라'고 말해 유씨를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이에 대해 "유씨가 이 지사를 언급하면서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 것을 알지 못했다"며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이 성남도시공사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씨에게 그런 권한을 줄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유동규, '주민 참여 공동개발' 약속했지만…

원주민들은 당시 유씨에게 요구 사항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그들은 조합을 통해 개발사업 지분을 갖고 참여해 수익을 나눠 받길 원했다. 유씨는 "특수목적법인(SPC)에서 원주민들이 마지막까지 하시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우리(성남도시공사)는 토지 정리만 하고 개발 후 이득은 전부 조합이 가져가는 것" "우선권을 주민들에게 주고 주민들과 공동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 주민들 요구에 장단을 맞춰줬다. 유씨는 심지어 "주민들하고 공동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제가 누차 밝혔고, 이 생각엔 변함없다"며 주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유씨는 회의에서 원주민들 요구와 양립할 수 없는 사업 구조를 설명했다. 유씨는 △공사가 50% 또는 51% 지분을 가져가고 △초기 대장동팀이 매입계약을 해뒀던 땅을 수용한 뒤 △초기 대장동팀을 SPC에 참여시키겠다고 언급하는 등 현재의 민관합동업체인 '성남의뜰'과 유사한 구조를 언급했다.

유씨가 "SPC에 공사가 개입해서 51%, 50%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된다. 그럼 여기서 행정적 권한은 공사가 짊어지고 간다" "(기존) 시행사 권리관계(에 있는 토지는) 우리가 수용하면 된다" "이 땅에 대한 권리관계를 (인정해) 전부 SPC에 참여시켜 줘야 한다"고 발언한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2년 뒤인 2015년 유씨가 언급한 민관합동 사업 구조가 그대로 현실화돼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성남도시공사는 50%+1주를 확보한 채 SPC에 참여해 원주민들 토지를 수용했고, 주민들은 보상비만 받고 SPC에서 배제됐다. 대신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가 성남의뜰 주주로 참여해 개발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초기 대장동팀 일원으로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 "매입 계약을 해둔 땅을 성남도시공사가 수용할 때 도움을 주고, 구사업권을 인정받아 성남의뜰 주주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진위 "유동규와 초기 대장동팀 유착 의심"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원주민들은 반발했다. 유씨가 거짓말로 자신들을 안심시킨 뒤, 대장동 사업에 이미 깊숙이 발을 담갔던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 등 '초기 대장동팀'과 손잡고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추진위는 원주민들을 배제한 개발 방식을 문제 삼아 2015년 수원지검에 유씨를 진정하기도 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원주민들 토지를 수용하면서도 그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는 걸 알고 유씨에게 따지려고 했다. 하지만 주민 공동 개발을 약속했던 유씨는 물론 대장동팀과도 연락이 닿지 않아 검찰에 진정하게 됐다"며 "하지만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무 기자
장수현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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