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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유화가 낳은 자원 쟁탈전

입력
2021.10.14 20:0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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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우리 사회와 세계를 이해하는 총체적 틀로써 에너지와 디지털 전환을 꼽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을 처음으로 종합적으로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경제학자 겸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었다. 그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저서 '3차 산업혁명'(2011년)과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년)에서 그동안의 자본주의와 정치체제, 국제체제를 자원집중적인 화석연료 사용에 기반을 둔 것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40년 안에 태양광과 풍력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면서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와 정치·사회,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프킨에 의하면 새로운 세계경제와 정치·사회 체제의 요체는 과거처럼 희소한 자원을 놓고 싸울 필요 없이 번영을 꾀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3차 산업혁명이고, 에너지 혁명이 디지털 혁명과 서로 결합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달과 또 이를 더욱 촉진하는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의 혁신에 힘입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비용이 거의 제로(0)로 줄어드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4년에 출판된, 당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첫 저서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에너지, 디지털 전환을 우리 시대의 지배적 사고의 틀로 자리 잡게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초기의 이러한 낙관적인 에너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각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2017년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막대한 양의 금속과 광물을 필요로 하는 변화임을 강조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가 역설적으로 전 세계적 광산 개발붐을 가져오고 이로 인한 또 다른 환경 폐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듯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금속과 광물에 대한 특별보고서에서 향후 지구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20~40년 기간에 리튬 수요가 40배, 흑연, 코발트, 니켈은 25배, 희토류는 7배 폭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들은 최근 시장변화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다. 전기차·태양광패널·디지털 제품 등의 주요 소재인 베이스 메탈 구리, 알루미늄, 니켈, 아연 등의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는 '그린플레이션'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전기차 제조와 금속 가공 등 자체에 전기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로 세계경제가 재편되던 19세기 말 강대국들은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쟁탈전'을 벌였다. 2009년 이후 세계는 사실상 자원 쟁탈전에 돌입해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아프리카 자원 쟁탈전 (A New Scramble for Africa)에 중국이 포문을 열고 뒤늦게 미국과 유럽이 뛰어들고 있다.

1973년 소련의 지도자 브레즈네프 (Leonid Brezhnev)의 다음과 같은 말은 냉전기간에도 소련과 미국이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19세기에 일어났던 자원전쟁을 벌이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우리의 목표는 두 개의 거대한 보물 창고를 통제하는 것이다. 서방이 의존하는 페르시아만의 에너지 보물창고와 중부 및 남부 아프리카의 광물 보물 창고가 그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우리나라는 모두 예전이나 지금이나 중앙아프리카의 구리와 콜탄 (탄탈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크롬, 코발트, 백금족 광물 (Platinum Group Metals), 망간 등 안정적 공급에 매우 취약하다.

우리사회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자원 공급의 기본 구조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놀랍다. 새로운 자원 쟁탈전이 에너지, 디지털 전환의 결과라는 것은 더욱 놀랍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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