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순이 치료해줘 고마워" 나 홀로 어르신 반려동물 돌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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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순이 치료해줘 고마워" 나 홀로 어르신 반려동물 돌보는 사람들 

입력
2021.10.14 11:30
수정
2021.10.15 01:06
0 0

지자체·학생 반려동물 기르는 나 홀로 어르신 찾아
목욕·산책, 간단한 미용 돕고 말벗도 되어드려
전문가들 "동물 돌봄, 어르신들 복지로 이어져"

편집자주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 온 기자가 만든 '애니로그'는 애니멀(동물)과 블로그∙브이로그를 합친 말로 소외되어 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심도 있게 전달합니다.


"천사들이 왔어요. 우리 뽀순이 치료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배모(73) 할머니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배모 할머니가 반려견 뽀순이를 안으며 행복해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배모(73) 할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방문객을 반겼다. 홀로 사는 배 할머니가 의지하는 가족은 몰티즈와 페키니즈 믹스인 반려견 '뽀순이'(6세). 할머니는 뽀뽀를 잘해 뽀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얼마 전 할머니는 뽀순이의 긴 꼬리털이 불편해 보여 꼬리털을 묶어 줬는데 꼬리까지 잘못 묶은 탓에 살이 괴사되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이는 서울노원남부지역자활센터 소속 반려동물 돌보미(펫시터) 김준호씨다. 김씨는 거동이 불편해 뽀순이를 돌보기 힘든 배 할머니댁에 주 1, 2회씩 들러 목욕, 산책을 시키며 뽀순이 돌봄을 도왔다. 김씨는 뽀순이의 건강상태를 살피다 꼬리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자활센터에 알렸고 자활센터는 취약계층 반려동물 돌봄 지원을 시작한 노원구자원봉사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꼬리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한 뽀순이. 고은경 기자

사연을 들은 봉사센터가 뽀순이 의료비 지원에 나섰고, 뽀순이는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봉사센터가 취약계층에 반려동물 의료비를 지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 할머니는 "어깨와 허리수술을 한 이후 뽀순이를 목욕시키는 것도, 산책도 힘들었다"라며 "뽀순이 꼬리 수술을 시켜주고 산책교육도 시켜줘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김성호(왼쪽부터)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반려동물 돌보미 장혜성씨가 서울 노원구 공릉동 김모 할아버지(오른쪽) 댁을 찾아 반려견 송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같은 날 반려동물 돌보미 장혜성씨와 찾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김모(77) 할아버지댁. 열아홉 살 몰티즈 송이가 출입구 쪽을 향해 누워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장씨에게 "아침에 건사료를 불려서 방울토마토를 잘게 잘라 섞어주니 조금씩 먹는다"라며 "아직 배변도 잘 가린다"고 상태를 전했다.

김 할아버지의 요즘 가장 큰 걱정은 송이의 장례절차다. 김 할아버지는 "송이가 작년부터 부쩍 늙기 시작했다"라며 "수명을 다하고 떠나면 공기 좋은데 묻어줄까 했는데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송이 덕분에 매일 청소도 하게 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라며 "송이가 떠나면 허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원구자원봉사센터는 반려동물 장례업체와 협의를 통해 송이가 떠난 후 송이의 장례절차를 돕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지자체·지역 학생들, 나 홀로 어르신 반려동물 돌봄 나서

김모 할아버지는 송이(19세∙사진) 덕분에 매일 청소를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서울 노원구청은 올해 시민과 함께하는 협치사업 중 하나로 서울노원남부지역자활센터, 한국성서대와 '갈등 조정과 공존을 위한 유기∙반려동물 지원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자체와 학생들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을 방문해 반려동물 양육을 도왔는데, 서울시자원봉사센터로부터 예산을 확보한 노원구자원봉사센터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램 내용이 확장됐다. 이에 노원구는 9월부터 반려동물을 기르는 나 홀로 어르신 60가구의 반려동물 돌봄을 지원하게 됐다. 배 할머니와 김 할아버지도 이 60가구에 포함되어 있다. 자활센터가 교육한 반려동물 돌보미 5명과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20명이 3인 1조로 60가구를 방문해 양육정보가 부족하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반려동물 돌봄을 돕고 있다.

노원구자원봉사센터 최현희씨와 반려동물 돌보미 장혜성씨가 8월 말까지 시민 250명으로부터 받은 노즈워크 장난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장난감은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것 이외에 반려동물문화축제 인식 개선 캠페인에 활용됐다. 고은경 기자

이들은 반려동물의 목욕과 산책, 간단한 미용 등을 도우며 어르신들의 말벗도 되어드린다. 특히 이번 60가구에 제공한 노즈워크(후각 활동 놀이) 장난감은 지난 8월 시민 250여 명이 직접 만들었다. 반려동물 돌봄 사업을 담당하는 노원구자원봉사센터 최현희씨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반려동물에 의지도 많이 하지만 그만큼 기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처음 사생활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아 설득하는 게 어렵지만 실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면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 반려동물 돌봄, 결국은 사람의 복지 향상

나 홀로 어르신 등 취약계층은 반려동물을 기르며 많은 위안을 얻지만 그만큼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어려움도 크다. 실제 서울시가 2019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 결과 이들은 반려동물로 인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자신감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고 있었다.

서울노원남부지역자활센터 소속 반려동물 돌보미(펫시터) 김준호씨가 배 할머니의 반려견 뽀순이에게 산책 교육을 하고 있다. 김준호씨 제공


반면 반려동물을 기르며 들이는 비용은 비취약계층 가정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들은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생활비를 줄이거나(37.7%), 신용카드로 처리(22.7%)했고 심지어 돈을 빌리거나(7.8%), 자신의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4.5%)도 있었다. 취약계층이 반려동물 양육과 관련해 가장 지원이 절실한 부문은 의료비(30.1%)였다.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학생이 서울 노원구 나 홀로 어르신댁을 찾아 어르신이 기르는 반려견 '토르'를 돌보고 있다. 노원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취약계층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결국 사람의 돌봄으로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나 홀로 어르신의 경우 반려동물에 의지하고 살면서 오히려 세상과 단절되는 경우도 많은데 지자체와 봉사자가 나서 반려동물의 복지를 챙기는 것은 물론 어르신과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돌봄 사업을 제안한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이들이 느끼는 고립감·외로움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라며 "이들의 반려동물 돌봄을 지원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동물 유기를 방지하고, 동물 복지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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