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전자 업계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선전에 힙입어 지난 3분기에는 역대 최고 실적까지 가져왔지만 정작 주가는 6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에 공통적으로 악영향을 가져온 공급망 차질과 암울한 거시경제 전망이 더해진 결과란 분석이다.
최근 한 달간 애플·TSMC·퀄컴 주가 급락
13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 상승세를 탔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주가는 최근 일제히 부진의 늪에 빠졌다. 최근 1개월간(10월 12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9.6%)를 포함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7.2% 하락했다.
지난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애플과 올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둔 LG전자는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5%와 13.3%씩 급락하는 등 글로벌 가전기업들의 평균 주가도 3.8% 하락했다.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인 미국의 퀄컴(-13.8%)과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6.5%)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8%), 반도체 장비(-10.6%), 소재(OLED·-2.3%) 등 주요 IT 부품사들의 주가도 울상이다.
경기 성장 둔화 우려·IT 공급난에 발목
희한한 점은 해당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최근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사태와 전력난 이슈로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전망에 힘이 실린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거시경제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전체 주식 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그간 주가 상승이 가팔랐던 IT기업들이 더 심한 조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전력 제한 조치로 일부 IT전자 제조공장 가동이 조정에 들어간 것도 악재다. 이는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해 IT 산업 전반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출시된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3' 시리즈가 부품난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3세대 폴더블폰 역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부품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제조사로선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 창고에 메모리반도체 재고까지 쌓이게 되는데, 최근 메모리 고점론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최근 중국 경제 성장둔화 우려 등으로 거시경제 전망도 안 좋은데 IT 공급난도 점점 심해지며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 안팎에선 내년 삼성전자의 60조 원 영업이익 돌파 전망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엔 53조 원대까지 내려왔다.
그럼에도 실적 부진은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관측에서다. 특히 파운드리 업황 초호황으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영업이익이 4분기엔 1조 원으로 뛸 것으로 추산되는 등 기대감이 크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스템반도체 실적 개선과 폴더블 스마트폰의 수요 호조를 감안하면 이른 시점에 주가가 반등할 걸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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