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올해 세계경제 5.7% 성장 '장밋빛 전망'의 이면… "불평등 심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올해 세계경제 5.7% 성장 '장밋빛 전망'의 이면… "불평등 심화"

입력
2021.10.12 19:00
0 0

세계은행 총재 "발전의 비극적 역전 목도"
작년 저소득국 채무 부담 사상 최대 증가

미국 달러와 유로, 중국 위안화 등 세계 각국 지폐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달러와 유로, 중국 위안화 등 세계 각국 지폐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감염병으로 세계는 많은 영역에서 발전의 ‘비극적 역전’을 목도하고 있다. 극단적 빈곤을 줄이려는 노력 역시 수년, 수십 년 후퇴했다.”

빈곤 퇴치와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인 세계은행을 이끄는 데이비드 맬패스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국가 간 부(富)의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 전역에 남긴 상흔을 딛고, 올해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5.7%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긴 했지만,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 간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심지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 과정에서 빈국(貧國)의 빚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면서 글로벌 채무 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선진국·개도국 간 양극화, 갈수록 심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맬패스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회의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5.7%, 4.4%로 전망했다. 앞서 세계은행은 1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4.1%로 예상했다가 6월 수정 전망치에서는 5.6%로 대폭 상향한 바 있다. 석 달 만에 전망을 좀 더 높여 잡은 것인데,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그늘에서 빠져나와 신속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 셈이다.

그러나 각국 경제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고 낙관하기는 힘들다. 맬패스 총재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양극화가 오히려 더 심화했다고 봤다. 특히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의 경우, 선진국은 5% 늘어나는 반면 저소득 국가는 고작 0.5%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선진국은 이제 감염병 발발 이전 경제 성장 수준을 기록하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개발도상국의 총생산은 내년에도 팬데믹 전 예측치보다 4%가량 낮은 수준일 거라고도 전망했다.

4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지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4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지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실제로 선진국과 중·저소득 국가의 현실은 천양지차다. 일찌감치 백신을 싹쓸이해 이미 3차 접종(부스터샷)까지 나선 것은 물론, 확장 재정으로 경기 과열 우려까지 나오는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은 △낮은 백신 접근성 △제한적인 정책 지원 △일자리 부족 등 상황에 처해 있다. 여기에다 전 세계적으로 커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도 부담을 키운다. 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빈곤 해소가 한층 더 어려워지고, 화폐 가치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저소득국 부채 급증

중·저소득 국가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곳간을 열고 재정 투입에 나서긴 했으나 ‘반짝 효과’에 그쳤다. 되레 빚만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빈부 격차 악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실제 세계은행이 이날 공개한 국제채무통계(IDS)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47개 저소득국의 채무 부담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8,600억 달러(약 1,028조 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중·저소득국 국민총소득(GNI) 대비 대외채무 비중은 전년(37%)보다 5%포인트 오른 42%를 기록했다. 외국에 진 빚이 소득보다 더 빨리 늘었다는 의미다. 맬패스 총재는 “(코로나19로) 이미 치솟고 있던 저소득 국가의 부채 지표가 더욱 악화했다”며 “전 세계 빈곤국의 절반은 대외채무 상환이 어려울 정도로 리스크(위험)가 높다”고 지적했다.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 남성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례회의를 알리는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번 회의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 남성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례회의를 알리는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번 회의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난한 나라의 부채 상환을 유예해 주는 주요 20개국(G20)의 채무원리금 상환유예 프로그램도 올해 말 종료된다. 문제는 빈국의 부채 위기가 특정 국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만일 이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경우 채권국인 주요 선진국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각국이 재정 취약 국가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전 세계 경제는 부채 급증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각 나라가 신흥 시장과 개도국의 부채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도 빈부 격차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1,000억 달러(약 120조 원)를 모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은행은 이날 신뢰 재건을 위해 연구부정 방지 대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의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부랴부랴 내놓은 방침이지만, 총론적 언급 이외에 구체적 방안을 밝히진 않았다.

허경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