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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과 대선

입력
2021.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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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1일 발표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이들의 실증적 연구방법론은 기존의 경제학을 뒤집는 결과로 이어지고, 정책 도입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발표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이들의 실증적 연구방법론은 기존의 경제학을 뒤집는 결과로 이어지고, 정책 도입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발표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주제는 한국에서도 관심사다. 당장 휘도 임번스 미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기본소득이 근로 의욕을 꺾느냐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근로 의욕에 큰 영향 없어” “일할 의욕 꺾어”라는 상반된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 연구내용은 매사추세츠주에서 기본소득처럼 복권 당첨금을 받은 500명을 조사하자 매년 1만5,000달러(월 150만 원)를 받은 이들은 노동에 큰 영향이 없었으나 매년 8만 달러(월 800만 원)를 받은 이들은 일을 덜 하고 장기적으로 수입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따지자면 기본소득은 전자에 가깝겠다.

□ 공동 수상자 데이비드 카드 미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총량을 줄인다는 통념을 뒤집은 연구로 논쟁을 촉발했다.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주와 올리지 않은 펜실베이니아주를 비교해 보니 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쿠바 이민자가 대거 유입된 마이애미주에서는 임금이 하락하거나 현지인 고용이 줄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 이들이 학계 정설을 깨뜨린 것은 정교한 실증 연구 방법론을 발전시킨 결과다. 올해 노벨상 수상의 공적이 바로 이것이다. 통념을 거부한 실증적 방법론, 과학적 태도의 승리다. 최근 경제학은 이처럼 교과서 원론에 반하는 실증 연구가 축적되면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실험이 불가능하고 정제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던 과거의 경제학이 언제까지나 권위를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과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이런 트렌드를 알고나 있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구시대 유물이 된 경제학 이론, 잘못된 상식을 금과옥조인 양 주장하는 대선 후보가 한둘이 아니다. 누구를 대변하는지 따지기 앞서, 저런 정책을 주장하는 근거가 뭔지 궁금하다. 시대의 요구를 알지 못하고 그 요구에 부응할 방법에 무관심해 보인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수상자들이 사회의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류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는데, 그런 인류의 능력을 굳이 외면하려는 정치가 아쉽기 짝이 없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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