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에 10월 기준금리 동결
소비 탄력, 인플레 우려 지속도 금리 인상 요인
금통위원 2명 "이달 인상" 소수 의견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불거진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을 감안해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12일 결정했다. 하지만 다음 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에 나설 방침을 재확인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국면에서도 금리 인상분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수출과 소비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올해 '0%대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릴 가능성은 더 커졌다.
10월은 숨 고르기... 11월 추가 인상 못 박은 한은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한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가시화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높아졌다"며 "중국 헝다그룹 파산 우려까지 더해져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주가가 상당폭 조정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안에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커진 만큼, 일단 지난 8월 금리 인상 효과와 이달 동결 이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달 추가 인상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내비쳤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보고 있는 수준에서 경기 회복 흐름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다음 달(25일)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는 게 금통위원 다수의 의견이었다"고 말해 '11월 인상'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에선 전체 7명 중 2명(임지원, 서영경)의 금통위원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성장, 물가, 가계빚... 금리 안 올릴 이유가 없다
한은은 현재 '경제 성적표'만 보면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총재는 "현재로서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7, 8월 주춤했던 소비 역시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9월 상당폭 개선됐다"며 "일상 회복으로의 방역 정책 전환('위드 코로나')까지 이뤄진다면 소비 회복세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두 축인 물가와 금융불균형이 심상치 않은 점도 내달 추가 금리인상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이 총재는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를 언급하며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전망한 수치(2.1%)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인플레이션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말해 물가 상승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가계부채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강화돼도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있는 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추가 금리 인상에 힘을 실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오는 11월에 이어 내년 1월에도 잇달아 기준금리를 올려, 내년 초 에 코로나19 확산 직전 때의 금리 수준인 1.25%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최근 원화 가치가 연일 약세 흐름을 지속하는 상황에 대해선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198.8원에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 말 이후 1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1,200원을 넘어섰다.
이 총재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동 가능성이 예상되고 중국의 신용 리스크,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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