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 중국 저격수로]
7년 전 시진핑 방문 때는 "역사적 지도자" 찬사
지난주 대만 찾아 '폭정', '강압' 대중 비판 선봉
中 "광신적 적대감에 사로 잡혀" 반격 총공세
“중국 어떤 지도자도 하지 못한 말이다. 역사적인 발언에 찬사를 보낸다.”
2014년 11월 호주를 찾은 시진핑 주석에게 토니 애벗 당시 총리가 ‘호들갑’을 떨었다. 의회 연설에서 “중국은 2050년까지 완전한 민주주의를 달성할 것”이라는 시 주석의 공언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서구 정치체제는 재앙”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애써 무시했다. 영국 가디언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겠다는 기존 입장의 반복인데도 시 주석의 진의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애벗 전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중시했다. 재임기간 중국은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최대 무역파트너로 부상했다. 그는 퇴임 후인 2017년 2월에도 “중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은 호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경제발전에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던 애벗 전 총리가 ‘반중 투사’로 변신했다. 지난주 대만을 방문해 독설을 쏟아부으며 ‘중국 때리기’ 선봉에 섰다. 7일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대만이 수십 년 동안 고통 받아온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힘을 실었고, 8일 위산포럼 기조연설에서 대만해협의 긴장을 “자유와 폭정의 투쟁”으로 규정하며 “대만의 친구인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베이징의 강압적인 시도가 어떤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초래할지 깨닫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이 주도하는 위산포럼은 올해 5년째로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만든 쿼드(Quad), 오커스(AUKUS),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회원국인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중국과 대만이 모두 가입을 신청한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관련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면 대만과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전 세계 경제를 약탈하고 있다”며 “결코 CPTPP에 들어올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차이 총통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 안보를 위해 호주와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변절자의 일격에 속이 쓰린 중국은 총공세로 반격에 나섰다. 과거 공산당 저격수로 각인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에 빗대 애벗 전 총리를 “호주판 폼페이오”라고 깎아내렸다. 캔버라 주재 중국대사관은 9일 “애벗의 비열하고 정신 나간 발언은 그의 끔찍하고 반중국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고 대립을 조장해 내정에 무례하게 간섭했다”면서 “애벗의 중국 비방은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하고 우스꽝스럽다”고 비난했다. 천홍 화동사범대 호주연구센터 소장은 12일 글로벌타임스에 “증오에 가득한 애벗의 연설은 중국에 대해 뿌리 깊고 광신적인 적대감을 반영한다”며 “그는 대만해협 양측의 전쟁을 선동한 최초의 서구 정치인”이라고 일갈했다. 중국의 반발이 커지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애벗은 개인 자격으로 대만에 간 것이고 사전에 어떤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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