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후 격리 면제' 대상서 제외?
인니 코로나 급감, 입국 후 확진도 0명?
"다른 나라와 공평하게 대우해 달라"?
병 치료, 노부모 방문, 경조사 참가 희망
"6개월마다 지정 병원에서 해야 하는 아들의 지병 관련 정기검사도 미루고 기다렸죠. 조카 결혼식에도 꼭 가고 싶었는데…."
인도네시아 주재원의 아내 김모(44)씨는 아들(15)과 함께 귀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3월 아들의 검사를 위해 귀국한 뒤 양국에서 자가 격리로 20일 가까이 지낸 경험 탓이다. 비용도, 시간도 큰 부담이었다. 그는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7월부터 한국에서 격리가 면제된다는 소식에 고무돼 아들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제외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아들의 검사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가겠다고 약속한 조카 결혼식은 이미 지나갔다.
30년째 인도네시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교민 이모(56)씨는 최근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지 병원에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의료 기술과 시설이 나은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 건강검진을 못 받은 지도, 여든이 넘은 노모와 장인장모를 직접 살피지 못한 지도 3년이 다 되어 간다. 그는 "직장에 매여 있으니 자가 격리 2주까지 포함한 휴가를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내 몸이 아픈 건 둘째치고 요즘 부쩍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자주 간다는 어르신들에게 죄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인도네시아 한인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 격리 면제 적용 국가에 인도네시아 포함' 소식이 모국에서 들려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7월부터 일부 국가 대상으로 백신 접종 후 격리 면제가 시행된 걸 감안하면 기다림은 벌써 4개월째다. 지병 치료 및 건강검진, 노부모 및 친지 방문, 어쩌면 누군가의 일생에 한 번뿐인 경조사 참석만이라도 수월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특혜는 바라지도 않으니 최소한 다른 나라와 공평하게 대우해 달라" "사람 노릇하게 해 달라"는 게 인도네시아 한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7월 5만 명을 넘나들던 일일 확진자 수는 9월 말부터 1,000명 안팎으로 급감했다. 현지 한인 감염자도 9월 이후로 신고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귀국 직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한인 역시 한 달 가까이 0명이다.
한 교민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지만 백신 접종 후 격리 면제를 받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인도네시아도 이제 풀어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극심했던 인도도 이달 1일부터 격리 면제 대상 국가에 포함됐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최근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상황과 교민들의 염원을 담은 장문의 보고서를 본국에 제출했다.
한 인도네시아 한인이 한국일보에 보낸 사연을 그대로 옮긴다.
'저는 2017년부터 주재원으로 수라바야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길OO이라고 합니다. 2008년 백혈병에 걸려서 과거엔 매주, 지금은 건강이 호전돼 6개월에 한 번씩 서울강남성모병원에서 혈액검사 혹은 골수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에 따라 지금도 복용하고 있는 글리백이란 약의 처방 양을 결정짓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이후에도 6개월마다 한국에 복귀해 건강을 점검하고 있습니다만, 병원 점검 하루를 위해 한국에서 14일, 인도네시아로 돌아와서 8일, 총 한 달가량 격리돼 있습니다. 백신 접종 2회 완료자 대상으로 격리가 면제된다는 좋은 소식이 있었으나 아직 한국에선 아무런 답이 없는 실정입니다.
내년 1월 또 한국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한 달간 인도네시아에서 아빠 없이 기다릴 가족과 회사에 원치 않는 피해를 입힐 것이 걱정됩니다. 부디 고국 한국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교민에겐 격리를 면제해주길 바랍니다. 1년에 격리 조치 두 달은 현재 저에게 피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앞으로 진짜 바뀌었으면 하는 게 절대 희망사항입니다. 대한민국,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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