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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이라 호응 좋은데 운영할수록 적자… 공공산후조리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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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이라 호응 좋은데 운영할수록 적자… 공공산후조리원 딜레마

입력
2021.10.12 06: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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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1분만에 마감 새벽부터 줄서기 '진풍경'
최신 울산 조리원은 내년 초 예약까지 완료
가동 100% 유지해도 적자… 간호사 구인난도?
재정 적자에 민간 조리원 반발에 확대는 더뎌

지난 7월 21일 열린 울산 북구 공공산후조리원 개원식. 울산시 북구청 제공

지난 7월 21일 열린 울산 북구 공공산후조리원 개원식. 울산시 북구청 제공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양질의 시설과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정작 확장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과 인력 부족이라는 지자체 내부 사정과 민간 조리원의 반발이라는 외부 사정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전문가들은 값싸고 품질 좋은 산후관리 서비스는 모성 보호와 저출산 문제 해소의 기본 요건인 만큼, 서비스 확대의 제약 요소를 풀어갈 보다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변함없는 공공산후조리원 인기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에 설립된 공공산후조리원은 모두 13곳이다. 이들 공공산후조리원의 이용료(2주 기준)는 150만~190만 원대로, 같은 지역 민간 산후조리원 일반실에 비해 적게는 20만 원 이상, 많게는 18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최근 신설된 공공산후조리원으로 올해 7월 26일 문을 연 울산시 북구 공공산후조리원은 내년 1월까지 예약이 찼을 만큼 호응도가 높다. 이 시설은 총 94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 면적 2천883㎡ 규모로 조성됐다. 1층은 산모 건강 지원을 위한 교육장과 프로그램실 등 복합 공간, 2층은 장애인 산모실 2개와 쌍둥이 산모실 3개를 포함한 28개의 산모실과 신생아실, 3층은 좌욕실, 피부관리실 등이 있다. 신생아실은 사전관찰실과 격리실로 구분됐고 의료기관 수준의 음압 설비를 갖추고 있다. 간호사 6명과 간호조무사 14명 등 29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전문의가 일주일에 한두 번 회진하면서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살핀다.

시설과 운영 면에서 민간 조리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이곳의 이용료는 2주 기준 189만 원으로 지역 민간 조리원 대비 80만 원가량 싸다. 울산 북구 주민으로 다음 달 출산을 앞둔 김소미(32)씨는 “임신 초기엔 북구에 산후조리원이 없어 원정 출산도 고려했지만 공공산후조리원이 문을 연다는 소식에 가까운 병원에서 아기를 낳기로 했다”며 “저렴한 비용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반겼다.

공공산후조리원의 인기는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서울에서 유일한 송파구 공공산후조리원은 예약 당일 1~2분 만에 객실이 마감되는가 하면, 방문 예약을 우선으로 하는 경기 여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은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벌어진다.

이는 산모들이 산후관리를 출산의 필수 코스로 여기면서도 이용료엔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2018년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모의 75%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다고 답했고, 51%는 산후조리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경비 지원을 꼽았다.

예산 부족·민간 반발이 확대 걸림돌

지역별 산후조리원 이용료 비교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역별 산후조리원 이용료 비교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역 임산부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 중인 지자체는 서울 1곳, 울산 1곳, 경기 1곳, 강원 3곳, 충남 1곳, 전남 4곳, 경북 1곳, 제주 1곳 등 13곳으로, 민간 산후조리원(491개)의 2.6% 수준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이 2016년 4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에 2개 정도 늘어난 꼴이다.

공공산후조리원 증설이 더딘 이유로는 지자체 재정 부족이 먼저 꼽힌다. 가동률 100%를 유지하더라도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인 데다 간호사 등 기본 운영 기준을 맞추기 위한 인력 수급도 쉽지 않은 탓이다. 실제 충남 홍성의료원부설 산후조리원은 2016년 감염병 발생으로 임시 휴업했다가 간호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여태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 공공산후조리원은 운영비가 해마다 5억 원가량 발생하는데 수입은 4억 원을 밑돌면서 적자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민간 산후조리원의 반발도 거세다. 특히 낮은 수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만 병원이 자구책 삼아 산후조리원을 겸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이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시장을 침범한다는 것이다. 김형식 한국산후조리업협회장은 “산후조리원의 3분의 2 이상이 분만 병원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연계 운영하는 곳”이라면서 “건강보험 제약을 받지 않는 산후조리원을 통해 분만으로 보전받지 못한 수익을 충당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저출산이 국가 장래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산후조리의 공공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공공산후조리원 확산 방안으로 최근 지역별 지방의료원 사업에 산후조리원 운영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공공이 임산부와 신생아 건강권 보호 역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저출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관련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푸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후조리업협회 관계자는 "송파구 공공산후조리원만 해도 매년 5억~6억 원씩 적자가 나고 있는데, 그 돈을 산모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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