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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 신빙성 논란… 그래도 검찰은 부담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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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 신빙성 논란… 그래도 검찰은 부담 덜었다

입력
2021.10.12 04: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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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존재 알려지자 수사 요구 빗발
유동규 구속 등 녹취록 토대 수사 진행
녹취록 진위 확인으로 수사 방향 잡혀
"사실일 땐 법대로, 거짓일 땐 정영학 탓"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불러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경위, 배당 수익의 용처, 천화동인 1∼7호와의 관계 등을 조사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불러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경위, 배당 수익의 용처, 천화동인 1∼7호와의 관계 등을 조사했다. 연합뉴스

"정영학 녹취록이 검사 16명이 일사불란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속도전을 지켜보는 검사들은 녹취록을 '반가운 손님'으로 여기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지난달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핫이슈로 부상했지만 여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사건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검찰은 한동안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수사 의지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한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달 27일 녹취록 19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검찰에 확실한 수사 착수 동기와 탈출구를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정 회계사가 한동안 '귀인' 대접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녹취록에는 다양한 의혹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씨가 김만배씨에게 7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김씨가 아니라 따로 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성남시 의장 30억 원, 시의원 20억 원 등 정관계 상대 350억 원 로비설' '유력인사 6명에 1인당 50억 원 지급 약속설' '위례신도시 사업파트너 정재창씨의 150억 원 요구설' 등도 검증 대상이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수사 검사 16명 규모로 대규모 전담팀을 꾸린 것도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쫓아가기로 수사 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부장검사는 "여당 유력 대선 후보 관련 사건에서 특별수사본부급 수사팀을 꾸린 것은 수사를 안 할 수 없는 증거가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라 녹취록이 없었다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놔도 검찰은 욕을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수사는 철저히 정영학 녹취록에 기반해 진행되고 있다. 핵심 인물인 유동규씨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한 것도, 대규모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도 녹취록 내용에 따른 결정이었다. 뇌물 수사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공여자 조사도 없이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정 회계사의 녹취록 때문에 가능했다.

예상치 못한 녹취록의 등장은 유력 대선 주자 관련 수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검찰 입장에선 '방향타'가 됐다. 검찰 손에 쥐어진 녹취록의 존재가 정치권과 언론에 알려지면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확실한 수사 방향이 잡혔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에선 녹취록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지 감시하기도 쉬운 상황이다.

다만 정 회계사가 배당금으로 644억 원을 챙겼고, 대장동 사업을 진두지휘한 주범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가 제출한 녹취록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빼고 제출했거나 과장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만배씨 측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녹취록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녹취록 내용 검증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 만큼, 검찰이 금품 로비와 민관 유착 정황이 담겼는지 파악하는 게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지름길로 보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련자들의 불법적 돈 거래가 확인되면 있는 그대로 처벌하면 된다. 반대로 녹취록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것은 검찰 탓이 아니라 정영학 회계사 탓"이라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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