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백화점의 화장품 브랜드 샤넬 매장에서 일하는 A씨는 올해 들어 월급이 40만 원 정도 줄었다. 임금의 20~30%가 연장근로수당과 판매량에 따른 성과급이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단축근무가 늘고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면서 급여가 최저임금(190만 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A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확인한 뒤 온라인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가 줄거나 회사 매출이 감소하는 게 아닌데도 직원들의 급여만 삭감되고 있는 것"이라며 "회사가 온라인에 집중하면서 고용 자체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0일 민주노총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백면노조)에 따르면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한 샤넬 화장품 매장 90개와 로레알 산하 화장품 브랜드(비오템 랑콤 입센로랑 키엘 슈에무라 등 8개) 매장 400여 개 가운데 90% 정도가 이번 연휴기간 문을 닫았다. 일부 대형 매장은 본사 직원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이 문을 닫은 이유는 샤넬과 로레알이 운영하는 매장의 판매서비스 노동자 1,400여 명이 한글날 연휴(9~11일) 공동 휴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휴무일 조정을 통해 법정 공휴일에 단체로 쉬는, 일종의 '준법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사상 첫 총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메이크업 서비스' 받고 주문은 인터넷으로... "온라인 수당 달라"
노조 측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요구하는 것은 '온라인 수당'을 신설하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화장품 역시 온라인을 통한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로레알의 경우 온라인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판매량과 연동해 지급해온 직원들의 성과급이 크게 줄었고, 이는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졌다.
문제는 백화점 매장과 온라인 판매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장을 직접 찾아 제품 안내와 테스트, 메이크업 서비스까지 받은 후에 가격이 더 싼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인주 백면노조 위원장 겸 로레알코리아 지부장은 "온라인으로 사겠다며 환불을 요구하거나 온라인몰 가입을 도와달라는 경우도 있다"며 "온·오프 판매 제품의 구분이 없어서 포장을 해달라고 가져오는 경우도 거부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일방적인 '오프라인 매장 죽이기'... 상생 해법 찾자"
온라인 판매에 기여한 노동을 임금으로 인정한 사례도 나왔다. 일본계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코리아 노사는 최근 직원의 온라인 판매 기여분 5,000원을 매달 고정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유종철 서비스연맹 조직국장은 "금액이 작긴 하지만 최초로 온라인 판매 기여분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노조는 단순한 수당 지급 문제를 넘어 외국계 회사들이 '온라인화'를 명목으로 국내 오프라인 사업을 급격히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매장 근무 인력을 계속 줄이고 있고, 로레알의 경우 올해 초 슈에무라 브랜드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인주 위원장은 "신제품을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갑자기 직원을 지방으로 발령내 퇴사를 유도하는 등 노골적인 '오프라인 죽이기'를 하고 있다"며 "온라인으로의 이동은 막을 수 없는 추세이나 회사가 온·오프라인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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