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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바기 한글날

입력
2021.10.09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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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국어문화원 우리말 가꿈이. 영남대 국어문화원 제공

영남대 국어문화원 우리말 가꿈이. 영남대 국어문화원 제공


한 앳된 고등학생이 또래들 앞에 섰다. "독감은 무지 독한 감기라고 잘못 안 적이 있습니다. '독'이 들어간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말은 생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말의 의의를 진지하게 논하고 있는 이들은 '통통국어지킴이'다. 청소년들이 쓰는 비속어와 은어 사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통통국어지킴이'는 학교생활에서 언어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학생들은 "언어는 나를 표현하는 거울입니다"라면서 보고를 마무리했다.

중·고등학생만이 아니다. 지역 대학생과 일반인이 어울려 올바른 우리말과 글을 홍보하는 '우리말 가꿈이'가 있다. 흔히 잘못 사용되는 공공언어, 방송언어 등을 조사하고 올바른 우리말을 홍보하는 우리말 가꿈이가 전국 국어문화원 중 13곳(2020년 기준)에서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도 이 활동을 함께한다. 4~5명씩 한 조가 되어, '우리말 방범대, 또바기, 아리아리' 등의 이름표를 달고서 길 가던 시민들에게 우리말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또바기는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이고, 아리아리는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자'는 말로 흔히 쓰는 '파이팅'을 대신할 말이다. 조원들은 '어려운 외국어,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세요'라며 외국어를 순화하는 활동을 했는데, 참여자들의 소감에 따르면 시민들 대다수가 '우리말이란 국어시간에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며 아쉬워했다.

올바른 언어문화는 이념이나 정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쓰는 이들의 마음이 모이고 생각이 실천되어야 정착된다. 이런 맥락에서 모르는 말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르고 용감한 결정이다. 해양경찰청은 2019년에 일제 잔재 용어를 고친다고 발표했다. 나래비(줄서기), 단도리(단속), 마대(자루), 시마이(끝냄), 유도리(융통), 종지부(마침표), 엑기스(진액) 등을 안 쓰기로 한 것인데, 국가 기관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면에서 매우 고맙고도 반길 일이다.

말을 쓰고 있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왜 그렇게 쓰는지도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말과 글이 곧 자기의 생각과 마음을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말의 연원까지야 알지 못하더라도 맞는 말 여부를 고민하며 쓰는 것은 모두의 몫이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관심은 '학창시절의 숙제'거나 '한글날용 쟁점'이 아니다. 우리 말글 챙기기란 일 년 내내 또바기 할 일이다. 힘을 더 내야겠다. 아리아리!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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