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간부회의 통해 '직관 사유서 제출' 철회키로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관 허가제 강행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다. 직관 허가제는 수사 검사의 재판 참여를 최소화하고 공판부 검사에게 공판을 전담토록 하는 '1재판부 1검사' 제도의 일환으로, 김 총장은 최근 재판에 참여하려는 일부 수사 검사들에게 '재판 직접 참여(직관)'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 등 권력형 사건 수사 검사들이 공개 반발했고, 김 총장은 결국 사유서 제출 지침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6일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통해 '일선 수사 검사들에게 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이유가 담긴 보고서를 올리도록 한 조치를 중단하고 앞으로는 직관 관련 보고서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최근 (검사들에게) 직관 사유를 보고해달라고 한 게 몇 건 있었다"면서 "(그에 대한 반발 의견을) 총장이 수용하면서 이제는 보고서를 안 받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재판 때문에 서울로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지방 근무 검사들을 위해 서울고검 사무실 등에 재판 준비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의 지원을 하겠다는 발언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이 결국 일선 검사들 반발에 뜻을 굽힌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1재판부 1검사' 제도가 검찰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되는 가운데 대검 지휘부가 갑작스럽게 직관 사유서까지 제출하라고 하자,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을 중심으로 이를 공개 비판하는 검사들이 등장하는 등 반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비판이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형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에 의해 제기되면서 검찰 내부 반응이 더욱 컸다는 평가다. "앞으로 직관은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던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을 수사해 이 부회장을 기소했으며, "사유서 제출 요구는 사실상 권력 비리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의 재판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한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한 검사다. 검찰 관계자는 "힘든 수사를 마친 뒤에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겠다고 고군분투하는 검사들의 얘기였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결국 김 총장이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란 분석이 나온다. 생각지 못한 검사들의 공개 반발에 "수사 검사들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지 공판 관여를 제한하려는 게 아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직의 수장으로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고검 검사는 "가뜩이나 인사 좌천 등으로 서운함과 소외감을 느끼는 권력수사 검사들이 장거리 이동의 피로감을 감수해가면서 재판을 챙겨왔는데 그마저도 제약이 걸린다는 느낌이 들면서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총장이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김 총장이 자신의 의도와 생각을 일선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한 채, 제도 시행 한 달여 만에 뜻을 접어 리더십에 생채기만 남기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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