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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말레비치… 연말 러시아 국보급 미술 작품 한국에 온다

입력
2021.10.12 04:30
수정
2021.12.21 13:3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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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혁명의 예술전'
12월 31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말레비치의 '절대주의(1915년작)'.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말레비치의 '절대주의(1915년작)'.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러시아의 국보급 미술 작품이 연말에 대거 한국에 들어온다.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즉흥’ 시리즈, 기하학적 추상 예술의 개척자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등 20세기 초 격변의 시기에 새로움을 추구했던 러시아 아방가르드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일보사와 코리아타임스가 주최하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이 12월 31일부터 내년 4월 1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칸딘스키, 말레비치는 물론 사진 작가로도 잘 알려진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새로운 흐름을 선도했던 미하일 라리오노프, 나탈리야 곤차로바 부부 등 러시아 작가 40여 명의 작품 75점이 공개된다.


혁명의 미술로 인정받다 한때 외면…국보급 작품 한자리에

이번 전시작의 상당수는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작품들이다. 큐레이터를 맡은 이훈석 박사(러시아 미술사 전공)는 “칸딘스키의 ‘즉흥 No. 217 회색타원’,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처음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며, 들어온 적이 있는 작품도 20년 넘게 한국에서 원작을 보기 어려웠던 것들”이라며 “서구 중심의 미술이 보편화한 시기에 현대 디자인에 영향을 준 러시아 미술을 접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위해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소장 작품이 대거 넘어왔다.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품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전시 총괄자인 김영호 중앙대 미술학부 교수는 “레닌 시대에 혁명적 예술로 인정받던 작품들이 스탈린 시대로 넘어오면서 퇴폐 미술로 낙인 찍혔고, 지방 미술관으로 옮겨졌다”며 “그동안 창고에 묻혀 있다 최근에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 헝가리, 체코 등지에서의 순회 전시를 거쳐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칸딘스키의 '즉흥(1913년작)'. 연해주국립미술관 제공 Ⓒ Primorye State Art Gallery

칸딘스키의 '즉흥(1913년작)'. 연해주국립미술관 제공 Ⓒ Primorye State Art Gallery


칸딘스키의 작품은 '즉흥'(1913년작), '즉흥 No. 217 회색타원'(1917년작), '즉흥 No. 4'(1909년작) 등 총 3점이 걸린다. 칸딘스키의 작품은 크게 인상, 즉흥, 구성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즉흥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즉흥은 말 그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자유자재로 그린 것이다.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사람이 그려진, 칸딘스키가 추상의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가긴 전의 작품과 칸딘스키 정신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순수 추상 작품이 동시에 전시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칸딘스키의 '즉흥 No. 217 회색타원(1917년작)'.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칸딘스키의 '즉흥 No. 217 회색타원(1917년작)'.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말레비치의 '절대주의'(1915년작),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인'(1913년작)도 감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절대주의'는 보험가액이 무려 1,200만 유로(약 165억 원)로 전시되는 작품 가운데 가장 고가다. 말레비치는 1915년 전시회에서 검은 사각형이 덩그러니 그려진 작품을 전시해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다. 그는 무언가를 재현하는 것을 과거의 미술로 치부, 인간의 이성이 자연에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사각형, 원 등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것이 진정한 창조라고 믿었다.

말레비치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인(1913년작)'. 크라스노야르스크미술관 제공 Ⓒ Krasnoyarsk Art Museum named after V.I.Surikov

말레비치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인(1913년작)'. 크라스노야르스크미술관 제공 Ⓒ Krasnoyarsk Art Museum named after V.I.Surikov


사진작가이기도 했던 로드첸코의 100호 사이즈 대형 회화작도 공개된다. 1919년에 제작된 '비구상적 구성'이다. 로드첸코는 전통적으로 작가에게 금지됐던 컴퍼스와 자를 가지고 작업했으며, 이러한 작업 방식은 '현대 디자인의 요람'으로 불리는 바우하우스로 전해져 현대 디자인 교육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로드첸코의 '비구상적 구성'.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로드첸코의 '비구상적 구성'.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문명사적 전환기…100년 전 러시아 혁명기 미술 교훈 줄 것”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은 새롭고 완벽한 것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강했다. 그들이 활동한 시기가 과거의 부패가 청산되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와 열망이 가득했던 때였기 때문이다. 김영호 교수는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혁명 정신이 담긴 러시아의 예술 작품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을 추구하는 젊은 층에게 더 없이 좋은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라리오노프의 '유대인 비너스(1912년작)'. 기존 체제에 반감이 컸던 라리오노프는 전형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대신 살집 있고 풍만한 비너스를 화폭에 담았다.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라리오노프의 '유대인 비너스(1912년작)'. 기존 체제에 반감이 컸던 라리오노프는 전형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대신 살집 있고 풍만한 비너스를 화폭에 담았다.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기계 문명에 의해 생명력을 잃어버린 미술에 근원적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었던 원시주의 바람은 러시아에서도 일었다. 러시아 농민들의 모습을 담은 곤차로바의 '추수꾼들(1911년작)'. 회화 작품이지만 언뜻 보면 목판화를 찍어놓은 것 같다. 러시아 민속 판화 루복의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기계 문명에 의해 생명력을 잃어버린 미술에 근원적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었던 원시주의 바람은 러시아에서도 일었다. 러시아 농민들의 모습을 담은 곤차로바의 '추수꾼들(1911년작)'. 회화 작품이지만 언뜻 보면 목판화를 찍어놓은 것 같다. 러시아 민속 판화 루복의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제공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이번 전시는 한국일보가 8년 만에 선보이는 것이다. 앞서 한국일보는 ‘색채의 마술사 샤갈(2004년)’ ‘불멸의 화가 반 고흐(2007년)’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2009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2013년)’ 등 굵직한 전시들을 기획해 선보인 바 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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