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넷플릭스는 어떻게 성공했나’ 창업자 마크 랜돌프가 밝힌 성공기

알림

‘넷플릭스는 어떻게 성공했나’ 창업자 마크 랜돌프가 밝힌 성공기

입력
2021.10.07 16:55
수정
2021.10.07 17:02
0면
0 0

'배 뒤집기'와 '캐나다 원칙'의 교훈
예비 창업자들, "최적의 사업 시기는 지금"

세계 최대 인터넷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는 원래 DVD 대여업으로 출발했다. 1990년대 비디오테이프와 DVD 타이틀을 빌려보던 시절, 땅 넓은 미국에서는 주말에 DVD 영화 한 편 보려면 자동차를 몰고 DVD 대여점까지 20, 30분 넘게 달려가야 했다.

그 시절 비디오테이프와 DVD 대여점의 최대 강자가 미 전역에 약 1만 개 매장을 보유한 블록버스터였다. 할리우드에서 흥행 대작을 뜻하는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바로 이 대여점 이름에서 나왔다. 큰 성공작은 대여점까지 휩쓸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신생기업(스타트업)이 1997년 마크 랜돌프와 리드 헤이스팅스가 설립한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자동차를 몰고 대여점에 가는 사람들을 겨냥해 우편으로 DVD 타이틀을 빌려주는 방법을 고안했다. 인터넷으로 대여를 원하는 DVD 타이틀을 접수 받아 우편으로 보내주고 반송용 봉투를 통해 우편으로 회수하는 방법을 사용해 인기를 끌면서 블록버스터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의 대결은 거대한 공룡과 작은 고양이의 싸움이었다. 아무도 넷플릭스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넷플릭스의 작은 발톱에 상처를 입은 블록버스터가 쓰러지는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넷플릭스는 어떻게 불가능한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을까. 7일 넷플릭스 창업자 마크 랜돌프와 인터넷으로 가진 영상 간담회를 통해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이날 온라인 간담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스타트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1 스타트업콘’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랜돌프는 넷플릭스를 떠나 비영리 교육재단 놀스의 이사를 맡고 있다.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창업자가 7일 온라인에서 열린 2021 스타트업콘에서 인터넷 영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창업자가 7일 온라인에서 열린 2021 스타트업콘에서 인터넷 영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파괴하지 않으면 타겟이 된다” ‘배 뒤집기’ 필요

마크 랜돌프 이사는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을 "현재를 버릴 준비가 잘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창기 넷플릭스 수입의 98%가 DVD 타이틀 대여에서 나왔다"며 "그런데도 넷플릭스는 미래에 성공할 사업이 필요해 현재 주력 서비스를 포기할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DVD 타이틀 대여가 곧 끝날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창업 당시부터 고민한 인터넷 영상서비스와 상충된다고 봤다"며 "현재 주력 사업이 타격을 받아도 좋으니 미래를 위한 선택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것을 '배 뒤집기'에 비유했다. 그는 "스스로 배를 뒤집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와서 배를 뒤집을 수 있다"며 주요 경쟁상대였던 블록버스터의 예를 들었다. 그는 "당시 블록버스터는 연 매출 60억 달러, 9,000개의 매장을 갖고 있었다"며 "넷플릭스의 우편 대여가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부에서 기존 사업을 뒤집자는 말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중에 블록버스터가 (배를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너무 늦었다"며 "과감히 현실을 파괴하지 않으면 타겟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원들과 아내도 반대한 사업…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인수 제의 뿌리쳐

넷플릭스도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랜돌프 이사는 "회사를 설립했을 때 투자자와 직원들, 심지어 아내조차도 DVD 우편 대여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고 말렸다"며 "거대한 블록버스터 매장이 있는데 누가 우편으로 대여를 하겠냐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고 회고했다.

그런데도 랜돌프 이사는 창업 때부터 디지털 콘텐츠인 DVD는 디지털로 소비하는게 맞다고 봤다. 그래서 넷플릭스 설립 6개월 전부터 인터넷 영상서비스(OTT)를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시기였다. 그는 "1998년 당시 TV나 PC가 인터넷과 연결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할리우드에서도 불법 복제 등 해적판 우려 때문에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9년 동안 OTT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랜돌프 이사는 넷플릭스 성공 이후 매각 제의도 많이 받았다. 대표적인 곳이 아마존이었다. 그는 "음악과 영상에 관심 많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1,400만~1,600만 달러에 넷플릭스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커다란 문제들을 모두 해결한 상황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창업자는 7일 '2021 스타트업콘'에서 열린 온라인 영상 간담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창업자는 7일 '2021 스타트업콘'에서 열린 온라인 영상 간담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영상 차별화가 넷플릭스의 성공 포인트

랜돌프 이사는 넷플릭스의 OTT 사업 성공 배경을 영상 차별화에서 찾았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내부에서 '워터쿨러 콘텐츠'라고 부른 자체 제작 콘텐츠에 집중했다"며 "사람들에게 독보적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 2억 명 이용자를 확보한 비결"이라고 꼽았다.

그런 점에서 랜돌프 이사는 앞으로도 넷플릭스의 콘텐츠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넷플릭스는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한다"며 "디즈니 등과 경쟁하려면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콘텐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오징어게임'이나 'DP'처럼 각 지역 실정에 맞는 콘텐츠 제작을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모든 영상을 할리우드에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무조건 미국 본사에서 콘텐츠를 제작하지 말고 각 지역의 감독, 작가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CEO들, 캐나다 원칙 들어 “너무 빠르게 확장하지 마라” 조언

끝으로 랜돌프 이사는 한국의 예비 창업가들을 위해 "지금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업하기 가장 좋은 시점은 지금"이라며 "투자와 인력, 아이디어 등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있어도 일단 시작해서 시장에 부딪쳐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과를 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캐나다 원칙'을 들어 "너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캐나다 원칙이란 미국과 환경이 비슷한 캐나다에 그대로 사업을 가져가서 시장을 넓히는 것을 말한다. 그는 "미국 인접국인 캐나다로 사업을 가져가면 쉽게 수익이 10% 증가한다"며 "하지만 쉬워 보여도 조세제도, 화폐 등 다른 요소가 너무 많은데 이런 것들을 간과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넷플릭스는 캐나다로 쉽게 시장을 넓히는 대신 10% 수익 증가를 포기하고 핵심 사업에 10% 더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그것이 넷플릭스를 강하게 해서 그 다음 새로운 시장인 OTT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는 스타트업이든 너무 빨리 사업을 확장하지 말고 핵심 사업을 우선 강하게 만들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