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세 미만 아동 26만 명 사망케 한 말라리아
생후 5개월 이상 대상... 중증 환자 30% 감소 효과
WHO "역사적 순간... 말라리아 통제 돌파구 될 것"
아프리카에서 매년 5세 미만 어린이 26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말라리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첫 말라리아 백신의 시범 접종 사업에 성공하면서 이를 승인한 것이다. '역사적인 일보 전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WHO는 6일(현지시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연구진이 198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연구해 온 말라리아 백신(RTS,S/AS01·모스퀴릭스) 접종을 정식 권고했다. 말라리아 원인이 되는 기생충 중 하나인 열대열말라리아원충이 사람 혈관에 들어오면, 면역 체계를 작동시켜 간 세포 감염을 막는 백신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남쪽 지역, 열대열말라리아원충으로 인해 말라리아 전염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생후 5개월 이상 어린이가 접종 권고 대상이다. 열대열말라리아원충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100여 개 원충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꼽힌다.
이날 WHO 권고는 2019년부터 가나, 케냐, 말라위 등 3개 국가에서 실시된 시범사업이 성공적 결과를 낸 데 따른 조치다. 현재까지 어린이 80만 명이 총 230만 회분의 백신을 맞은 결과, 안전성이 입증된 것은 물론, 중증 말라리아가 30%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는 백신과 말라리아 예방약을 동시에 사용했을 때 입원 또는 사망이 70%나 줄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역사적인 순간이다. 어린이 보건과 말라리아 통제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40만9,000명이 말라리아 감염으로 사망했는데, 이중 94%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특히 나이지리아, 민주콩고, 탄자니아, 부르키나파소, 모잠비크, 니제르 등 6개 국에서 사망자 절반이 나왔다.
다만 원활한 백신 접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생후 5개월부터 4회 접종이 필요한 백신인 탓에 의료 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광범위한 접종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WHO는 이를 위해 세계보건계의 자금 지원과 각국의 백신 도입 여부가 앞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신 확산을 위해 GSK가 2028년까지 매년 백신 1,500만 회분을 '생산 비용에다 5% 이하의 이윤만 더한 가격'으로 보급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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