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에 달하는 큰 얼굴이 눈길을 잡아 끈다. 남자는 침대에서 곤히 잠든 듯 편안한 표정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주름,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삐죽 튀어나온 코털까지, 정교하게 표현된 얼굴은 크기만 확대됐을 뿐 실제 사람 같아 보인다. 하지만 뒤로 가면 그런 생각이 와르르 무너진다. 껍질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가.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마스크 Ⅱ’라는 작품은 전시장 초입에서 이 같은 물음을 던지는 듯하다.
리움미술관이 8일 재개관하며 선보인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이 담긴 작품 130여 점이 7개의 테마로 나뉘어 전시돼 있다. 예컨대 ‘펼쳐진 몸’ 섹션에서는 신체를 활용한 여러 행위예술 작업들을 보여준다. 미국으로 이주해 정체성을 고민했던 중국 작가 장후안은 조금씩 글로 뒤덮이는 자신의 얼굴 사진을 순서대로 촬영했다. 서예가를 초청해 가족의 이름, 학습한 내용 등을 쓰게 했는데, 그의 얼굴은 이내 검은색으로 뒤덮인다.
또 다른 섹션인 ‘다치기 쉬운 우리’에서는 관계 형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연두의 ‘상록타워’는 서울 광진구의 상록타워아파트에 살고 있는 32가구의 가족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한국사회 중산층이 생각하는 행복한 가정의 전형을 담아 내고 있다. 반면 김옥선의 사진은 다문화 가정, 동성 커플 등 다양한 공동체의 삶을 보여준다.
기획전은 연말까지 무료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이 밖에 상설전도 무료로 볼 수 있다. 리움미술관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국가 기증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상설전의 경우 상시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설전은 고미술과 현대미술로 나뉜다. 리움미술관 M1에서 하고 있는 고미술 상설전의 경우, 유물과 함께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이 특이하다. 분청사기와 더불어 박서보의 묘법을 내건 식이다. 분청사기의 대표적인 장식기법인 조화기법(하얀 흙물로 분장을 한 도자기 겉면을 뾰족한 도구로 긁어 문양을 표현하는 것)과 마포에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연필로 반복적인 선을 그어 작품을 완성하는 박서보의 작업 방식을 연결시켰다.
리움미술관 M2에서 진행 중인 현대미술 상설전은 검은색을 다룬 작품을 한데 모은 ‘검은 공백’ 섹션이 눈에 띈다. 색은 같지만 상징하는 바는 각기 다른 여러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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