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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출도 선착순?"... 바닥 보이는 대출 곳간에 애타는 신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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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출도 선착순?"... 바닥 보이는 대출 곳간에 애타는 신청자들

입력
2021.10.06 18:00
수정
2021.10.06 19:07
2면
0 0

토스뱅크 신청자 140만 명 돌파했지만?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1%만 계좌 개설
다른 시중은행도 지점별 한도 관리 강화
연말까지 5만 가구 이상 '입주 대란' 우려

토스뱅크 캡처.

토스뱅크 캡처.

"토스뱅크 번호표 순서가 100만 번이 넘네요.” 다음 달 주거용 오피스텔을 구입할 예정인 전모(33)씨는 토스뱅크 출범 소식을 듣고 앱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다른 은행보다 금리·한도가 유리해 대출 조건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전씨보다 먼저 신청한 고객들이 몰려 접속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대출이 수강신청도 아니고 선착순인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권 대출 곳간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묶여 바닥을 드러내면서 곳곳에서 대출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의 출범이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140만 명 신청자 중 실제 사용이 가능한 이용자는 가장 먼저 신청한 1% 남짓에 불과하다 보니 대출을 받기 위한 선착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 한도도 차오르면서 연말까지 5만 가구 이상이 '입주 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출범하자마자 영업 중단 우려에… 국회까지 번진 '선착순 논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에 서비스 개시 일정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질의가 폭주하고 있다. 전날 출범한 토스뱅크는 지난달 10일부터 이용자를 사전모집했는데, 100만 명이 넘게 몰리면서 우선 신청자에 한해 선착순으로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다. 전날 1만 명에게 계좌를 제공했지만, 이날까지 추가 신청자를 포함해 139만 명 이상의 대기자가 계좌 개설을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첫날부터 계좌 개설이 안 돼서 대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며 "대기자들이 지인을 섭외해 순번을 앞쪽으로 세웠다"고 새치기 영업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토스뱅크가 신청자를 선착순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에 올해 가계대출 한도를 5,000억 원으로 권고했다. 만약 토스가 대기자를 두지 않고 1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한꺼번에 수용하면 출범하자마자 한도가 모두 소진돼 올해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다른 시중은행 상황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지점별로 최소 월 5억 원에서 10억 원 안팎의 한도를 설정해뒀다. 일부 지점에서는 벌써부터 한도가 소진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아예 중단되는 사태가 없도록 하려면 사전에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전날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5%를 돌파해 이날부터 동일한 조치를 시행했다.

가계대출 수요 높은 4분기… '입주대란' 사태 발생할 수도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현장.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현장. 연합뉴스

대출이 막히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입주 대란’ 사태도 우려된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중도금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는 가구수가 5만3,023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급액은 5조7,27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또한 가계대출 총량에 막혀 만기가 연말에 가까운 입주 예정자일수록 대출금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달 말 기준 4.33%로, 연말까지 남은 가계대출 총량은 9조1,000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통상 주택가격의 30%가 잔금에 해당한다고 추산하면 3조 원가량이 이미 추가 대출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까지 4대 시중은행 월평균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2조6,000억 원에 달하고, 4분기에 대출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연말에는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유 의원은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는 분명히 반대한다"며 “실수요자 보호방안이 마련된, 국민들이 수긍할 만한 진짜 실효성 있는 가계대책을 금융당국이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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