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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쓸 수 이따" 한글 깨친 논산 할머니들의 시화작품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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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쓸 수 이따" 한글 깨친 논산 할머니들의 시화작품 전시회

입력
2021.10.06 13:51
수정
2021.10.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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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맞아 까막눈 면한 어르신들 작품전
서울 KT&G 대치 갤러리서 11월5일까지
투박하지만 꾸밈없고 진심 담은 글 모아

논산 한글대학 어르신 시화전’ 포스터. 논산시 제공

논산 한글대학 어르신 시화전’ 포스터. 논산시 제공


“평생 글 몰라도 잘 살라따. 양옥순 내 이름 쓸 수 이따”

평생 까막눈으로 살던 할머니들이 글을 깨우친 뒤 틈틈이 쓴 글을 모아 발간한 시화집 ‘내 이름 쓸 수 이따’ 전시회가 열렸다.

충남 논산시는 지난 5일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KT&G 상상마당과 함께 서울 강남구 KT&G 대치갤러리에서 시화집 '내 이름 쓸 수 이따'에 담긴 어르신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제575회 한글날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한 시 낭송 오디오 클립, 인터뷰 영상 등을 함께 전시해 눈과 귀로 동시에 느끼는 감동을 전하고 있다.

시화집 ‘내 이름 쓸 수 이따’는 지난해 11월 발간했다. 논산시가 2016년부터 운영한 한글대학에서 배움을 시작한 지역 어르신들이 백일장에서 선보였던 시와 그림 등을 모았다.

할머니들은 전쟁과 가난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눈물과 한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직접 그린 그림과 어우러진 시구는 젊은 세대가 어르신 세대의 희생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고 한글을 깨우치던 과정이 활동사진처럼 연상시켰다.

책은 ‘군인대장인지 알았더니 대장간집 아들이더라’ ‘소주 먹지 말자’ ‘에이 괜히 심었나’ ‘머리가 빨갛게 일어났다’ ‘내 이름 쓸 수 이따’ 등 모두 5부로 구성됐다.

글을 처음 배운 어르신들의 삐뚤 빼뚤 글씨와 투박한 그림을 최대한 살려 담았다. 틀린 맞춤법도 그대로 뒀다.

“평생 글 몰라도 잘 살라따. 양옥순 내 이름 쓸수 이따. 나 혼자 전화하니 아들이 깜짝 논란다. 욕 안하다고 조하합니다"라고 쓴 양옥순 할머니의 글은 서툴지만 꾸밈없고 글을 몰랐던 평생의 한과 진심이 관람객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이일분 할머니가 쓴 ‘당신 가시고 서럽네/참말로 그립네/통곡하네/바로 병원 못 가서 돌아가셨나/내 손 꼭 잡더니 그냥 눈 감아버렸어/내가 글을 못써서 이 마음 뭐라고 말 못해요... /술 좋아하던 당신 술 잡숫고 자는 줄 알았지/참말로/뜨끈한 고깃국에 당신 좋아하던/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소 라는 내용의 ‘참말로 그립네’는 애틋한 부부애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사랑이 절절했다.

서울 강남구 KT&G 대치갤러리에서 열린 '내 이름 쓸 수 이따' 전시회장 모습. 논산시 제공

서울 강남구 KT&G 대치갤러리에서 열린 '내 이름 쓸 수 이따' 전시회장 모습. 논산시 제공

안도현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해 “어르신들의 시는 쉽고 따뜻하고 깊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 중에 가장 소중한 게 진정성이라면 이 시집은 그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평했다.

할머니들은 논산시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한글대학’을 수료한 학생들이다. 시가 운영한 한글대학은 5년간 1만1,000여명이 수료했다.

논산시는 갤러리 현장 이벤트를 열어 전국 최대 규모로 운영하는 논산시 한글대학을 관람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황명선 시장은 "어르신들이 시와 그림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며 "한글대학 어르신들이 자부심을 품고, 언제든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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