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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 후 보호신청했더니… "권익위가 반대편 들면서 석달 넘게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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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익신고 후 보호신청했더니… "권익위가 반대편 들면서 석달 넘게 미뤄"

입력
2021.10.07 06:00
수정
2021.10.07 16:19
9면
0 0

공공기관장 부당인사·폭언 신고한 임직원들
인사 보복에 보호 신청했지만 석달째 무소식
"조사는커녕 기관장 주장 반박할 증거 요구"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4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법제연구원·국민권익위원회 공동 주최로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 10주년 기념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4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법제연구원·국민권익위원회 공동 주최로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 10주년 기념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형 공공기관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던 임직원 3명은 올해 4월 기관장으로부터 "내 지인을 비서실장으로 채용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이를 거부했다가 욕설까지 들었다. 이들은 같은 달 국민권익위원회에 기관장의 부당한 채용 지시와 폭언 행위를 알리는 공익신고를 했다. 기관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는 청와대 지시로 감사를 진행했고, 기관장은 결국 최근 해임됐다.

기관장은 해임 전 세 사람의 공익신고 사실을 알고 보복성 인사 조치를 내렸다. 간부인 A씨와 B씨를 사실상 업무가 없는 부서로 전출하고 임원인 C씨를 해임하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들은 6월 말 권익위에 부패행위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신청이 인용되면 기관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권익위는 7월 1일 요건에 부합하는 신청이라면서 조사 및 심의 절차를 밟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신고자들은 "권익위가 적극적인 조사는커녕 오히려 피신고자 편에 서서 불이익을 입증할 증거를 요구했다"며 "신고자 보호가 절실한 상황인데 권익위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사 기간 연장하며 피신고자 두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 성과와 향후 개선 및 보완 방향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전 위원장은 "공익신고 및 신고자보호제도는 국민의 자발적인 신고를 이끌어내 공익침해 행위를 효율적으로 적발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해왔다"고 밝혔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 성과와 향후 개선 및 보완 방향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전 위원장은 "공익신고 및 신고자보호제도는 국민의 자발적인 신고를 이끌어내 공익침해 행위를 효율적으로 적발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해왔다"고 밝혔다. 뉴스1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권익위는 현행법에 따라 보호조치 신청 접수 후 60일 이내에, 부득이한 경우엔 30일을 연장해 그 안에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신고자들은 "권익위가 별 이유 없이 조사 기간을 기약 없이 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8월 말이 돼도 통보가 없어서 권익위에 문의했더니 9월 초로 밀렸다더라"며 "9월 초가 되자 추석 연휴 이후로 또 미뤘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인용 여부 결정을 5차례나 연기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권익위가 피신고자를 두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고자들에 따르면 권익위는 "기관장은 '4월 인사를 6월에 낸 것뿐이고, 인사 대상자들이 신고자인 줄도 몰랐다'고 한다"면서 "공익신고와 부당인사 간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기관장 주장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신고자들은 권익위가 다른 기관에서 구제 방안을 찾으라고 제안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이들에 따르면 권익위 담당자는 "혹시 (인용 신청이 기각될지도) 모르니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인사 관련 제소를 하라"고 수차례 권유했다고 한다. 앞서 법원에 부당인사를 무효화해달라고 가처분신청을 냈을 때 재판부는 '부패행위신고자에 대해선 권익위의 처분을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며 신청을 기각했는데, 정작 주무부처인 권익위는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A씨는 "우리가 원하는 건 보호조치인데 왜 노동위에 가라는 것이냐"며 성토했다.

신고자 보호조치 신청 추이 및 처리 현황. 김문중 선임기자

신고자 보호조치 신청 추이 및 처리 현황. 김문중 선임기자


"권익위가 신고자 적극 보호해야"

권익위는 조만간 이들에 대한 보호조치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 담당자는 "다른 사건이 워낙 많아 결정이 늦어지고 있을 뿐 일부러 지연한 게 아니다"라면서 "이달 안에는 결정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사건은 그나마 진행이 빠른 편"이라고도 했다. 권익위가 피신고자를 두둔하거나 다른 기관에 책임을 미루려 했다는 신고자들의 비판에는 "조사 과정에 있었던 구체적 내용은 대외비라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연 평균 60여 건 접수되던 보호신청이 최근 3년간 매년 300여 건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보호 신청과 부당인사의 인과관계를 충실히 조사하고 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고자들은 공익신고로 피폐해진 삶이 권익위의 '늑장 대응'으로 더욱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A씨는 "회사와 가정 모두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으니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권익위가 기각 결정이라도 내리면 퇴사밖엔 방법이 없다"면서 "신고자들 사이에서 '자존심 버리고 보호신청을 취하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익신고자의 보호 요청에 권익위가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권익위가 신고자 보호는 물론이고, 신고자에게 보복하는 기관을 철저히 조사해 형사 고발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수사기관과 사법부도 엄중한 처분으로 공익신고자 보호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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